2015년 10월 13일 화요일

페이스북 새 이모티콘 6개 도입, 왜 ‘싫어요’ 버튼만 없는걸까?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좋아요’ 이외의 버튼을 추가할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인해서 언론에서는 드디어 ‘싫어요’ 버튼이 그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전혀 다른 6개의 이모티콘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버튼이 생기기는 했는데 기대했던 ‘싫어요’ 버튼이 없는 것입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칠 수 있는 ‘싫어요’ 버튼이 제외되면서 이번 변화가 큰 의미를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죠.


   

실제 페이스북은 기존의 좋아요 이외에도 사랑해요, 재미있어요, 기뻐요, 놀라워요, 슬퍼요, 화나요 등의 6가지 감정을 표시할 수 있는 ‘반응 이모지’를 추가했으며 이로 인해서 더욱 많은 상황에서 다양한 공감대를 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소 긍정적인’ 이모티콘 이외에 부정적인 공감대가 없다보니 이용자들로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며 반쪽짜리 변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페이스북은 ‘부정적’인 이모티콘을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 사진 인용 : Flickr / Maria Elena
 
#1. 페이스북 ‘좋아요’의 의미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좋아요’ 버튼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사실상 ‘좋아요’를 세분화했을 뿐 ‘싫어요’를 뜻하는 반응은 없는데요. 페이스북이 원하는 것은 ‘공감대 형성’입니다. 즉, 내 이갸기가 다른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를 보는 것이죠.

그런데 만일 부정적인 버튼이 있다면 어떠할까요? 7명은 좋아하는데 3명은 싫어한다면,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싫어요’ 버튼을 누르는 사람과도 부정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죠.

© 사진 인용 : Flickr / Eko Kurniawan Khannedy
 
페이스북은 온전히 페이스북 내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만 전해질 수 있도록 좋아요 버튼을 활용해서 페이스북을 더욱 자주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는데요. 수만가지가 넘는 생각을 교류하고 그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작은 소셜 사회를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나와 더 교류를 자주 하는 친구의 글을 더 자주 띄워주고, 좋아요 버튼을 더 자주 누른 사람을 더 위에 띄워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보다 더 편하게 다가가고 이야기하기 쉬운 것을 활용해서 페이스북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인 셈입니다. 결국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좋아요’를 권할 수 밖에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것입니다.


© 사진 인용 : Flickr / castortroy520
 
#2. 새로운 ‘이모티콘’의 의미는?
하지만 ‘좋아요’를 누르기에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별했어요, 다쳤어요, 강아지를 잃어버렸어요, 시험을 망쳤어요, 시리아 사람들이 아파해요, 아픈 사람들이 불쌍해요 등등 ‘좋아요’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많은 것이죠.

그럼에도 페이스북은 ‘좋아요’는 정체성이라며 여전히 고수하는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가 탈 페이스북이라는 이상한 기류로 흘러가자 결국에는 백기를 든 것인데요. 드디어 울고 웃는 이모티콘을 추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좋아요’의 세분화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사랑해요를 통해서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재미있어요를 통해 재미있는 감정을 소통하고, 기뻐요를 통해 축하의 마음을, 놀랍네요를 통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슬퍼요를 통해서 슬픈 이야기에도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고, 시리아 사태, 불합리한 사태에 대한 이야기에도 ‘화나요’를 통해서 공감을 형성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좋아요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는 이모티콘을 더한 것이죠.

이를 통해서 보다 더 세밀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페이스북으로서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변화를 선보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것은 여전히 ‘싫어요’가 제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 사진 인용 : Flickr / Charis Tsevis
 
#3. ‘싫어요’ 버튼, 끝내 도입하지 않은 이유
앞서 언급되었듯, 페이스북은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인종이나 국가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고 공유하는 소식에 공감할 사람들을 엮어주는 것이죠. 오프라인에서도 비슷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보다 확실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내 이야기에 싫어요만을 던지는 사람들과 관계하는 대신, 내가 하는 이야기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공감하는 사람들로만 주변을 채워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뤄나가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 싫어요 버튼이 생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싫어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고, 이러한 부정적인 이모티콘이 쌓여갈 수록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이야기를 공유할 때에도 싫어요를 받지 않기 위해 소심해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싫어요’ 버튼의 도입을 주저하게 되었고, 그 결과 6개의 새로운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세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쉽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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