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믿고 썼던 아이폰에 숨겨진 애플의 민낯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이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설명 가능한 쉬운 방법은 매년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지원한다는 것이 있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새 아이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이 있었다.

적어도, 아이폰은 쉽게 버려질 폰은 아니라서다. 하드웨어가 지원하는 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받을 뿐 아니라 아이폰 4s~6s까지 이어지던 당시 안드로이드폰의 태생적인 문제이자 한계였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및 사후 지원 문제에 있어서 애플만큼은 독보적인 차별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아이폰 시리즈별 하드웨어 성능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면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덩달아 늘어만 갔다.

구형 기기에서는 잘 구동되던 앱들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는 설치 자체가 안된다거나, 32비트에서 64비트로 이동하면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들, 무엇보다 새로운 운영체제로 갈아탄 이후 느려졌다는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들려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느려지는 문제는 사용 중이던 아이폰을 초기화하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해서 그렇다거나, 사용자에 따라 경우가 다를 수 있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애플의 고백으로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바로, 애플이 직접 성능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지금껏 애플이 선보인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구형 폰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라 생각했었고, 애플만의 차별화된 사후 지원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흔들리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최근 맥 OS인 하이 시에라를 설치한 이후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기도 하고, 구형 아이폰에 설치된 최신 OS가 오히려 느려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강제 종료를 하고 때로는 재부팅까지 하며 불안정한 맥 OS 하이 시에라를 사용하면서, 과연 연례 행사처럼 매년 운영체제의 판올림을 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좋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 것이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그러했는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충실히 하면서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해본 결과 처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할 때 느꼈던 빠릿함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버벅거림과 기다림, 알 수 없는 불안정함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매년 들게 되는 것이고, 애플의 성능 제한이라는 고백은 여기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애플은 하드웨어적인 성능 하락을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기술 개선으로 더 오래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려는 목적이라고 고백했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처음부터 배터리가 일체형이었고, 이러한 컨셉은 아이패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당연히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수명은 배터리의 수명과 동일선상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아이폰의 배터리가 급격히 줄어들 때쯤이면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알아보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 가운데는 비싼 배터리 교체 비용이 있었고, 일체형으로 인한 배터리 교체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이폰7부터 도입된 방수 기능은 배터리 교체 시 방수 성능이 하락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등장하게 될 방수 아이폰은 배터리 교체가 더욱 도전이 된다는 고민까지 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폰은 추운 곳이면 스스로 꺼진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다른 제조사들에서는 영하 10도, 20도에서도 멀쩡하게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애플만큼은 배터리 수명을 위해, 그리고 기기의 안전을 위해 전원을 종료하는 과도한 시스템 설정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결국 아이폰 배터리 이슈는 일체형 배터리에서 기인한 문제가 많고, 다른 제조사들 대비 배터리에 대해 과도하게 제한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성능이 하락한 배터리로 인한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운영체제 차원에서 속도 제한을 걸어 버리면서 사용자들이 그 모든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능 제한이 결국 구형 기기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새 기기로의 교체를 유도하기 위함일까? 이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소송을 통해 보다 확실히 검증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문점’을 남겼다는 점이 애플에게는 그보다 더 큰 손해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단순히 소비자들을 위한 사후 지원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성능 제한으로 돌아왔고, 이러한 성능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애플의 속내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고객 충성도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수많은 아이폰 마니아들을 양성하면서 굳이 새로운 기기로의 교체 유도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너무 잘 만든 구형 아이폰이 신형 아이폰으로의 교체 시기를 늦췄다는 것이 애플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폰6 시리즈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애플의 최대 과제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신형 아이폰을 선택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고, 결과 애플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매년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외에도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아이폰X과 아이폰8 시리즈의 판매량 및 판매 비중이 아이폰6~아이폰7 시리즈까지 이어지던 과거와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평가와 내년의 경우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면서 애플로서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일말의 과정과 결과들이 원인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애플은 충성도가 높은 구형 아이폰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형 아이폰으로 갈아타도록 만들기 위해서 성능 하락을 심어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애플의 설명대로라면 절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이러한 성능 하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배터리 수명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만 성능을 제한하고 기기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매년 이어져온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그리고 당연히 따라왔던 퍼포먼스의 하락이 모두 애플의 탓으로 보인다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아주 사소해 보이고 작게 느껴지는 ‘안내 문구’를 넣지 않은 결과, 믿음직했던 애플의 민낯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미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구형 아이폰의 성능 하락이 공식화되면서, 아이폰만의 차별점이라 여겨졌던 구형 아이폰의 중고 가격 방어 역시 급속도로 하락세를 타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구형 아이폰의 가치 하락은 자연히 새 아이폰에까지 타격이 되면서 아이폰만의 차별화된 가격 정책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래와의 조우를 위한 가격은 다소 비싸게 책정되었고, 일반적인 스마트폰 가격의 범주를 벗어나는 가격표를 보여줬다. 뉴 맥북이 등장하던 당시에도 ‘시대를 가볍게 뛰어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낮은 스펙에도 비싼 가격표를 책정하며 애플의 높은 콧대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맥 OS 하이 시에라의 퍼포먼스 하락이나 불안정함은 사용 중인 4대가 넘는 맥북 프로와 맥북, 아이맥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아이패드 에어2와 아이패드 프로 1세대에 설치된 iOS 11은 이유 없는 버벅거림과 늦은 반응 속도로 짜증을 더하는 상황이다.


결국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애플이 매년 운영체제 판올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으로 사용자들이 겪는 이익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할수록 구형 기기와 새 기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히도, 새로운 운영체제는 새로운 기기에 맞춰서 최적화가 된다.

자연히 구형 기기는 새로운 운영체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또 당연히도 매년 판올림을 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버그를 줄이고 안정성을 더하며 노화되는 하드웨어를 보완해줄 소프트웨어적인 사후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무엇보다 애플의 운영체제 판올림은 다시 구형 운영체제로 돌아갈 방법 또한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매년 애플은 새 OS의 빠른 설치 속도를 자랑하지만, 그것이 모두 소비자들의 만족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애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성능 하락을 적용했는지에 대한 솔직한 정보 공개와,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 교체 비용의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함께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배터리 게이트, 배터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추운 곳에서도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사용자의 권리이고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독단적으로 선택하고 강요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사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주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배터리 이슈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로 인해서 성능 하락을 경험한 사용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책 역시 필수적이다.


미래를 위한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면, 그 미래에서 사용하는 현재의 기기 역시 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소비자들은 애플을 믿고서 매년 업그레이드 대열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 MACGUYVER.















0 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