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2일 목요일

갤럭시S7 엣지, 블랙펄의 저주? 컬러 마케팅도 통하지 않은 이유


스마트폰에 있어서 새로운 컬러는 분명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내는 것은 맞다. 아이폰의 사례만 보더라도, 첫 화이트 컬러가 그러했고 골드 컬러가 그러했으며 로즈 골드는 남심까지 저격할 정도로 컬러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한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최근에 출시된 블랙과 제트 블랙은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60%를 넘어설 정도로 아이폰7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컬러 마케팅의 원조는 삼성전자라고 할 정도로 삼성은 피쳐폰 시절부터 컬러를 대대적으로 내세우며 마케팅을 했던 회사로 유명하다. 컬러 재킷폰은 피쳐폰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직접적인 폰의 컬러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고아라폰은 무려 24가지 컬러로 대중에게 충격과 신선함을 던져줬다.

이후로도 삼성은 독특한 컬러와 패턴으로 컬러 마케팅을 꾸준히 시도했었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충격을 완화해야 하는 삼성이 꺼내든 카드는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컬러 마케팅이다. 이미 오랜 기간 컬러 마케팅을 시도해온 기업이고 또한 성공적으로 컬러 마케팅을 이어온 기업인 만큼 무언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겠다.

첫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갤럭시노트7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컬러인 ‘블루 코랄’ 컬러를 내세우며 일간 판매량 2,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블루 코랄의 뒤를 이어 갑작스럽게 등장한 블랙펄 컬러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신제품 출시 효과도 없이 일평균 개통량이 500대 수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새로운 컬러를 출시했다고 하기에는 그 뒷심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면, 왜 블루 코랄은 되는데 블랙펄은 불가능했을까?



갤럭시S7의 8번째, 어쩌면 마지막 컬러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삼성은 시간차 공격이라도 하려는 듯, 무려 8가지 컬러의 갤럭시S7을 내놓았다. 그 이름을 다 외우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나열해보자면, 블랙 오닉스와 화이트 펄, 골드 플래티넘과 실버 티타늄, 핑크 골드와 핑크 블라썸, 블루 코랄과 블랙 펄까지 모두 8가지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공개한 컬러인 앞의 4가지 컬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뒤늦게 출시된 컬러


결국 처음 갤럭시S7을 접한 소비자들은 4가지 선택지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 선택지가 8가지로 늘어난 상황. 하지만 문제는 컬러 선택지가 늘어났으니 소비자들의 선택권 역시 더욱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갤럭시S7 엣지 ‘실버 티타늄’ 컬러를 구매해서 사용하고는 있지만, 8가지 컬러를 모두 볼 수 있었다면 아마 블루 코랄이나 블랙펄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기호가 모두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컬러에는 정답이 없지만, 적어도 컬러에 대한 선택권이 있느냐는 점에서 삼성은 마이너스가 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학습 효과처럼 삼성의 컬러 마케팅이 ‘당연하다’고 인식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초기 구매자들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들의 이탈률이 높아짐을 뜻하게 된다.



컬러 마케팅의 양면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소비자 이탈은 새로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신제품 효과를 오래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이러한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들을 잃을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그리고 빠르면 내년 2월로 예정된 갤럭시S8의 출시 역시 갤럭시S7의 8번째 컬러를 선택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제품을 구매했지만 바로 구형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않고, 잃은 전략
소비자가 되어보자.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다.

그런데 자꾸만 기업에서 변종 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선택지, 그것도 더 예쁜 컬러를 뒤늦게 ‘같은 가격으로’ 출시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전략이 기업을 위한 것일 뿐 소비자들을 위한 것은 아님을 알게 될 때의 기분은 어떠할까? 반대로 다른 기업은 한 번에 모든 패를 내놓는다. 그리고는 선택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합리적인 소비자라 불릴 수 있을까?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할 것 같다.
그리고 바보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전자를 택할 경우의 문제는 뒤늦게 구매를 하자니 이미 중고 가격이 상당히 떨어진 제품을 100만 원도 넘게 신제품 가격으로 구매를 해야만 하고, 또한 얼마 못 가서 완전히 다른 신제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것이다.

하지만 후자를 택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적어도 1년간은 한 기업의 최고 플래그십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



   

삼성은 과거에도 그러했고, 또한 블루 코랄 컬러로 재미를 좀 봤으니 단순히 컬러만 추가한 모델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몇몇 호기심 많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원론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 기업들도, 다른 대다수의 기업들도 시도하지 않는 위험한 컬러 마케팅인 셈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뒤늦게 컬러를 추가하고, 가격마저 높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보다는 기업을 위한 선택임을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쉽게 캐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애플이 왜 모든 것을 한 번에 공개하고 초기 구매 수요가 폭발하는지를, 왜 다른 기업들이 파생 제품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제품에 더욱 매달리는지를 조금은 더 알아봐야 하는 이유다.



갤럭시S7 엣지 블랙펄을 택할까? 갤럭시S8을 기다릴까?
물론, 갤럭시S7 엣지 블랙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절대다수의 대중들이 무엇 때문에 갤럭시S7 엣지 블랙펄에 대한 선택을 꺼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짚어본 것이지, 결코 그 선택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는 소비를 두고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그러나, 갤럭시S7 엣지 블랙펄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을 위한 지침서가 필요하다면 이것일지 모른다. 갤럭시S7 엣지도 충분히 마음에 들고, 또한 128기가 모델을 필요로 했으며 진짜 짙은 블랙 컬러, 이를테면 갤럭시노트7의 블랙 오닉스 컬러나 아이폰7의 제트 블랙과 같은 컬러를 사용하고 싶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선택의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갤럭시S7 엣지의 현재 판매되는 중고 가격이 어떠한 지가 신경이 쓰이고, 곧 출시될 갤럭시S8의 등장이 불안하다면 기다려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다른 폰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닌, 여전히 갤럭시S7 엣지의 블랙펄도 좋고 곧 출시될 갤럭시S8도 궁금한 소비자들을 위한 추천 사항이다.

빠르면 2달, 늦어도 3달 안에는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S8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면 말이다.



어쩌면 삼성이 갤럭시노트7 사태를 수습하고 털어내기 위해 선택한 최상의 카드가 갤럭시S7의 스펙 변경 없는 컬러 마케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가격을 인하하고 동시에 스펙을 소폭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한정판 혹은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도 많다. 그것이 현 사태의 문제를 수습하고, 기존 소비자들도 배려하는 최상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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