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9일 토요일

혁신적인 G5를 혁신적이지 않게 판매한 LG의 실수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정의
IT 기업에게 있어서 혁신은 당연한 ‘과제’인 듯 주어지고 있으며, 대중들도 당연하다는 듯 혁신이라는 단어를 IT 기업에게 사용하며,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혁신이란 무엇일까? 혁신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는 '묵은 풍습이나 조직, 관습이나 방법 등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G5는 분명히 ‘혁신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적이다’라는 표현은 어떠한 일이 진행되거나, 그 상태가 나타나 있는 때 혹은 지나가버린 어떤 때를 의미한다.

즉, G5 자체가 '혁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혁신을 충분히 포함한 제품이라는 것이며, 모듈 방식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다분히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방법에 대한 혁신
G5는 사실 방법에 대한 혁신을 선보였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 방식을 바꾼 것인데 모듈을 통해서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원하는 모듈을 꽂아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

누군가는 대용량 배터리를 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우퍼가 빵빵한 스피커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현재는 고음질의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과 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는 캠플러스 모듈이 출시된 상황이다.


그래서 G5는 출시 당시에도 ‘혁신’이라는 단어와 함께했으며, 갤럭시S7에서는 찾지 못한 ‘새로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어준 것이다.

방법에 대한 혁신을 제대로 선보이면서, 기존과는 다른 사용 방식을 통한 편의성과 새로운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며 G5는 성공이 예견된 것처럼 보였다.



G5가 보여준 새로움. 혁신.
G5가 놀라운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탈착식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를 모두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슬라이드형 모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개하는 방식 자체가 놀라웠다. 가볍게 슬라이드 해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체의 85% 정도는 일체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를 주기 때문이었다.


   


일체형 스마트폰이 가진 장점에 탈착식 배터리를 접목하면서도 동시에 모듈이 단순히 커버 역할만 하도록 하는 대신, 별도의 기능을 넣었고 이로 인해 앱을 설치하듯 원하는 기능을 꽂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보인 것이다.

스펙 또한 부족하지 않았다.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에 4기가 램 및 32GB UFS 2.0 메모리로 속도도 빠릿했고, 외장 메모리는 최대 2TB까지 지원하며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더구나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는데, 무려 135도로 촬영되는 800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담아주며 새로움을 준 것이다.



조직에 대한 ‘비’혁신
그러나 아쉬움은 이러한 방법에 대한 혁신을 선보인 G5는 아쉽게도 조직적으로는 비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조직은 여전히 유연하기보다는 딱딱했고, 의사 결정이 소비자 중심적이지 않았다.

완벽히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서 이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고, 구매해도 되는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면서 조직적,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결과는 지난 7월 1일에 단행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었고,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신설하면서 조직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을 보다 더 직관적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미 2월에 공개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사그라들고 있는 G5의 불씨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부호가 생겨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기대한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잘 갖춰진 스마트폰을 갖는 것이었지만, G5는 초기 발표와는 달리 데이라이트 모드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오히려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어두운 편에 속한다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매력적인 모듈을 내놓지도 않았고, 초기 의도와는 달리 새로운 모듈에 대한 소식도 전무한 상황이다. 다른 업체와 협력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는 것이다.



베젤은 극도로 넓어졌으며, 모듈의 유격 문제를 비롯해 갖가지 아쉬움과 구설수에 오르면서, 또한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혁신을 혁신적으로.
혁신은 하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HD TV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FHD TV를 내놓는 것 자체는 혁신일지 몰라도 그 가격이 100배나 차이가 난다면 그 제품은 단순히 ‘개발’에만 의미를 둬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또한 FHD TV를 HD TV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더라도, 소비 전력이 10배에 이른다면 또 다른 의미로서 이 제품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인식이 이렇다. 기본기를 놓친 제품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갑을 꺼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는 다시는 그 회사의 제품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하나를 줄 테니 다른 10가지를 달라고 말하는 제품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제품, 기획, UX, 마케팅, 관리, AS 등등 모든 영역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자제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받아야 하는 수리 서비스 하나에도 충성 고객을 만들거나 만들지 못할 수도 있고, 당장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출고가 5만원 차이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갈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혁신을 혁신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지금 엘지가 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조직을 개편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닌, 내부적으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의 조직을 운영하는 혁신을 선보이는 것일지 모른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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