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6일 금요일

통신사가 죽어도 기본료 폐지를 안 하는 이유?


고깃집을 가게 되면 이런 문구를 볼 수 있다. ‘기본 상차림비’라는 것인데, 이것은 고기의 가격이 저렴하거나 고기를 도매로 구매해서 바로 구워 먹는 곳에서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기 위해 기본적으로 책정한 금액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러한 기본 상차림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곳보다 서비스가 더 좋거나, 고기의 가격이 저렴해서 기본 상차림비를 내더라도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통신 3사는 조금 다르다. 표면적으로 ‘기본 상차림비’와도 같은 기본료를 징수하고 있으면서도 기본료에 대한 개념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일 정도.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 요금 가운데 매월 12,000원 가량을 ‘기본 상차림비’ 즉 기본료로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통신사 기본료의 역사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료는 언제 생겨난 것일까? 휴대폰 기본료는 초창기 휴대폰 시장에서는 필수적인 비용과도 같았다. 한 마디로 고깃집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절, 고기를 판매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진과도 같은 것이다.

1984년 당시, 휴대폰의 기본료는 무려 27,000원 수준이었다. 이 비용은 새로운 망을 설치하고 장비를 교체하는 등의 시장 형성 초창기 ‘투자’와 같은 금액이었는데, 이 금액은 당시로서도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타게 되면서 꾸준히 기본료는 낮아지게 되었고, 현재는 12,000원으로 내려온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본료는 여기서 더 이상 내려가거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즉, 전국에 몇 군데 밖에 없었던 고깃집이 이제는 한 골목에도 수십 곳이 되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모두가 하나같이 ‘기본 상차림비’를 받고 있는 상황과 같은 것이다. 없어져야 할 것이 남아 있는 것.

이러한 기본료는 통신사 수익 가운데 최대 36%를 넘어설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가만히 앉아서 상차림비로만 버는 수익이 36%라는 것인데, 통신사는 이 비용이 모두 소비자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 주장하고 있다.



기본료에 대한 견해 차이
통신사가 말하는 ‘기본료를 유지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게 되며, 이 경우 망유지가 어렵고 새로운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서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뉴스 기사에서는 통신사가 더욱 강한 어조로 ‘기본료 폐지 시 요금 인상 불가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주장이 정말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사실, 기업이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자산을 불린다는 것과 같다. 생각해보자, 서울과 대전에 있는 ‘A’ 대형 마트에서 부산에 마트를 새로 지을 예정이니, 소비자들의 혜택을 위해서 서울과 대전에 있는 마트의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하면 납득이 가능할까?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드는 것은 ‘기업’을 위한 일이지 결코 ‘소비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형 마트들이 막대한 할인 행사를 하면서도 꾸준히 새로운 지점을 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점을 내면 낼수록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지, 소비자들의 편익이 늘어나는 것은 부차적인 혜택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 그것도 미래의 서비스를 위해 지금의 고객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것은 전혀 맞는 말이 아니다.


   

또한 망 유지 비용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2G나 3G에 대한 망 구축뿐만 아니라, 4G에 대한 망 구축 또한 실질적으로 거의 끝난 상황이다. 겨우 유지만 하고 있을 뿐인데, 이 비용에 대한 정보 공개도 없이 그저 ‘망 유지 비용이 크다’고만 주장할 뿐이기 때문이다.

정말 망 유지 비용이 크고, 통신사 지출 가운데 자치하는 비율이 엄청나다면 통신사가 먼저 나서서 공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역시나 망 유지 비용이 별로 크기 않기 때문.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망 유지 비용과 신규 설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할 수도 없는 이야기고 해서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통신사는 그것을 빌미로 온 국민을 위협하듯 행동하고 있다.



통신사가 얻는 수익
통신사는 기본료만으로 최대 36%나 되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또한 매년 수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고 단통법은 여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또한 통신사가 주장하는 투자 비용 역시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

SK의 경우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이 17조에 달하며, 이 가운데 영업이익은 1조 7080억원, 순이익 역시 1조 5159억원으로 거의 영업이익에 달하는 금액만큼의 순수익을 올리기도 했었다.

또한 과거 기록을 살펴보자면, SK의 경우 매출액 대비 무려 25%가 넘는 금액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을 동안, 투자를 위해서는 겨우 9%가 조금 넘는 비용을 사용할 뿐이었다.

국내 1위 통신사의 투자 비용이 겨우 이것에 그친다면, 다른 통신사는 이보다 더할지 모른다. 여기에 더해 단통법으로 인해서 마케팅 비용까지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통신사 수익은 더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SK는 막대한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통법 이후 엄청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그대로 유지했고, KT는 적자에서 단숨에 흑자로 돌아섰다. 통신사들은 소비자 혜택 증가라고 주장했지만 단통법 이후 돈을 번 곳은 통신사 뿐이었다.

결국, 통신사들은 스스로가 주장하는 망투자, 혹은 미래를 위한 투자 명목으로는 거의 자산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단통법으로 인해 이제는 마케팅 비용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을 위한 혜택은 하나도 더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색내기를 한다는 듯 기본료는 필수적이며, 기본료가 사라지면 적자가 나고, 그로 인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독과점 기업 방치한 정부
그러나 통신사의 오만한 행보에 대한 책임에서 정부 역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독과점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고, 온 국민의 권리 보전을 위해서라도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러한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생색내기라도 하는 듯, 지난해 통신 3사의 가입비 폐지를 대대적인 혜택인 양 호도했을 뿐이지만, 과연 1만원 전후의 가입비를 폐지하는 것이 적어도 2년 이상은 한 통신사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되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의문이다.

온 국민이 다 아는 통신 3사의 복사 붙여넣기식의 똑같은 요금제와 똑같은 사용량 제공 문제나, 이외에도 많은 부면에서 드러나는 공공연한 담합과 같은 문제를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그들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듯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가 경쟁을 해야만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고, 그러한 경쟁이 지속적인 투자를 만들어서 진짜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음에도, 통신 3사가 나란히 통신 시장을 나눠 먹든 볶아 먹든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뿐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한 사람 단위가 아니다. 그들은 가족이며 작게는 2인 가족부터, 많게는 4인에서 6인 가족 이상으로 단위가 커진다. 그럴수록 온 가족 통신비 부담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지 모른다.

한국과 비슷했던 이스라엘의 통신 요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업의 경쟁 유도로 인해서 이제는 1만원도 안 되는 요금으로도 실질적인 무제한 통화/문자/데이터, 심지어 무료 해외 로밍 통화까지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통신 시장이 급변한 것인데, 통신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는 요금제 경쟁과 새로운 통신사의 등장으로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진정한 IT 강국의 면모가 아닐까?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고 도입했으니 무조건 그에 맞는 비용을 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도 잘 다듬어서 서민들을 위한, 절대다수를 위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할, 그것도 국가 기간산업이 해야 할 필수 도리일지 모른다.



통신 시장의 미래
지금의 상황이라면 통신 시장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5G 서비스의 시작은 자연히 종량제의 도입이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며 다시금 통신사의 4G 죽이기 및 5G 갈아타기로 나타나게 될지 모른다.

결국 온 국민이 피해를 봐야만 하고, 필요치도 않은 요금에 과도한 비용을 내야만 하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현재 통신 3사에서 내놓은 요금제 가운데 일반 국민 누구나 선택 가능한 1만원대 요금제는 전무하다.

더구나,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던 새로운 요금제는 ‘음성/문자’ 중심 요금제를 말만 바꿔서 내놓았을 뿐이고, 여기에 굳이 필요치도 않은 음성 무제한, 문자 무제한을 혜택인 양 호도하고 있을 뿐이다.

29,000원대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겨우 300MB라면 믿을 수 있을까? 통신사는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더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설계했고, 이러한 설계에 온 국민이 놀아나고 있다.



통화/문자 무제한이 아니라 통화와 문자를 뺀 ‘데이터 전용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고 싶어도 존재하지 않는 요금제로 인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과도한 구매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는 통신 시장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보다 본질적으로 통신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소통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인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온 국민의 발전에 기여하는 서비스로서 ‘국가 기간 산업’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3곳에 불과한 대기업에 먹힌 상태로 온 국민의 스마트폰 요금이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보다 강력하게 통신사에 대해서 상세한 자료를 요구하고, 그것을 토대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기본료를 폐지하더라도 결코 적자가 나지 않으며, 투자는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 내에서, 혹은 투자금을 받아서 해야 하는 것이지 기존 사용자에게 강제적으로 걷는 기본료로 충당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바보가 되기로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소비자 역시 목소리를 내야만 하고, 자신들이 처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강한 대처를 해야만 한다.

옥시의 가습기 ‘살인제’ 사건이, 남양 사태와 같이 유야무야로 지나가지 않기 위해 많은 소비자와 언론, 기업이 나서는 것처럼, 이제는 통신사의 기본료 문제, 보다 본질적으로 통신 서비스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대해 올바로 알고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인 것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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