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6일 금요일

아이폰은 어떻게 혁신에서 멀어지게 되었나?


‘전화기를 재발명하다’ 스티브 잡스는 첫 번째 아이폰을 발표하는 키노트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잡스 특유의 독설도 다시 시작되었는데,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다.

커다란 키패드가 전면 디자인을 차지하고 있었던 당시의 스마트폰은 혁신적이지 못했으며,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에도 불편해서 스마트폰 자체를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로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 특유의 인터페이스 및 조작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곧이어 소개할 아이폰을 차별화하기 위한 것일지는 몰라도, 그의 이야기가 틀림이 없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아이폰의 등장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원형이기도 하며,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의 혁신 엔진이 꺼져간다는 시각도 많다. 과연 아이폰은 어떻게 해서 혁신에서 멀어지게 된 것일까?


아이폰의 등장, 스마트폰의 등장
아이폰의 등장은 그것 자체로도 스마트폰 시장의 대중화를 위한 신호탄과도 같았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스마트폰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 자체로 별도의 시장을 형성했을 뿐, 일반 대중을 움직이지는 못 했다.

그러나 아이폰의 등장 이후, 시장은 급변했고 모두들 자신들이 사용하는 피처폰이 고물이라는 듯 아이폰에, 그리고 스마트폰에 관심을 기울였다.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하며 3가지로 아이덴티티를 설명했는데, 그것은 아이팟과 전화기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이 가능한 아이팟이자 전화기라는 컨셉으로 등장한 1세대 아이폰은 지금으로서는 그 흔한 앱스토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분명 기념비적인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아이폰의 UI나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등장 이전 스마트폰은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에 불과했으며, 그 작동 방법이나 사용 방식에 있어서의 불편함은 일반 대중들을 끌어들일 정도의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전혀 차원이 다른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를 선보이고, 자체적으로 만든 운영체제와 최적화된 성능을 통해 높은 만족감을 주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벽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이것 자체로도 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닐지 몰라도, 차세대 스마트폰으로서의 시작을 열어준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폰의 등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폰, 혁신을 더하다.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변화를 선보인 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닌 내부적인 변화였다. 내부 스펙으로는 지금 생각해봐도 한참이나 부족할지 몰라도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엄청난 변화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앱스토어를 통해 변화를 선보인 것인데, 단순히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마켓을 선보인 것만이 아닌, 앱스토어의 틀을 제대로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해진 틀 안에서 앱을 개발해야만 했고, 앱의 아이콘 역시 애플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했다. 더 많은 앱의 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고, 그럼에도 상당한 앱이 등장했었다.

결과 사용자들은 어떠한 앱을 사용하더라도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앱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필자 역시 여전히 기억에 남는 아이팟 터치는 앱스토어를 통해 당시 다른 모든 MP3를 뛰어넘는 만족도를 줬음을 기억하고 있다.



3.5인치의 작은 화면이었지만 웹서핑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데는 부족함 하나 없었고, 당시로서도 부드러운 조작감과 빠른 반응 역시 아이팟 터치와 함께 기억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폰에서도 당연히 이어졌는데, 아이폰이 처음에 선보인 혁신은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이었고, 생태계였다. 그리고 여기에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더한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조차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부르며 차별화를 시도했고, 한 손 조작을 강조했으며 차별화된 터치감으로 다른 모든 기기들과 선을 긋기도 했다.

동시대 스마트폰과 비교해서 적어도 1,2년의 격차가 있었던 사용자 경험과 만족감은 지금의 아이폰과 애플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혁신은 아이폰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애플 생태계의 완성
사실, 잡스는 아이폰보다도 아이패드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와 시장의 형성을 위해 아이폰을 먼저 개발했는데, 이후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애플 생태계는 점차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등장한 아이패드는 화면만 커진 아이팟 터치라는 비난이 많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막대한 앱의 등장으로 인해 아이패드가 아이폰과는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각인시키며 태블릿 시장을 재편성했다.

당시로서도 태블릿은 이미 존재했고, 시판되는 태블릿도 있었지만 그러한 태블릿의 대중화를 이끈 제품은 분명 아이패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아이패드는 곧 태블릿의 대명사가 되었고, 아이패드라는 말 자체가 태블릿을 뜻하는 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들의 유기적인 연동을 강조한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애플워치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구동되는 애플 기기는 모두 10억 대가 넘는다. 한 사용자가 아이폰부터 아이패드와 맥, 애플워치까지 다양한 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10억 대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가진 것이다.

MP3의 대명사는 아이팟이 되었고, 태블릿의 대명사는 아이패드가 되었으며,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은 독립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PC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인 맥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도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애플의 생태계는 한 번 사용해보면 벗어나기 힘든 매력을 제공하면서, 애플 마니아를 양산해냈고, 새로운 아이폰에 열광하는 팬덤을 만들어낸 것이다.



애플식 마케팅 전략
애플은 마케팅에 있어서 매우 철저하다.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이어지는 마케팅은 하나의 철학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사소한 기능 하나도 그냥 넣지 않는 애플은 기술을 위한 발전이 아닌 꼭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맞춰서 집어넣는다. 물론, 하드웨어적인 스펙에 집중하지 않고 일체형 배터리를 고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애플은 철저하게 잘 팔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초창기 아이폰은 한 국가 한 통신사를 고집하며 철저히 차별화된 특혜를 누리려 했고, 이것은 아이폰을 차별화시키는 하나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국가별로 하나에 불과한 통신사에서 아이폰을 독점 취급하면서 막대한 물량을 판매할 수 있었고, 통신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정책을 버리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초기 아이폰의 발판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잘 다듬어진 애플의 운영체제와 그것을 감성적으로 잘 전달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전자기기에 특별한 이미지를 더하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초기의 다른 스마트폰 광고와 비교하더라도 이 점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마다 스펙을 강조하고, 연예인을 내세울 동안 애플은 꾸준히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점들, 내면적인 만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펙에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당대 스마트폰 가운데 아이폰이 최고 사양의 스펙은 아닐지 몰라도, 최적화된 운영체제를 통해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음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아이폰을 만들어준 또 다른 원동력일지 모른다.



혁신의 실종
그러던 아이폰에 혁신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잡스 시절까지 철저하게 이어져 오던 비밀주의가 팀 쿡으로 넘어오면서 깨져 버린 것도 그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애플의 키노트 발표 이전까지는 전혀 예상도 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아이폰이 언젠가부터 계속 유출되었고, 또 유출된 그대로 출시가 되어 버리면서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혁신의 실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혁신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아이폰에게 있어서 혁신의 실종은 매우 뼈아픈 이야기일지 모른다. 지금의 아이폰을 있게 해 준 원동력이기 때문.

예상 가능한 변화만을 선보이고, 예측 가능한 새로움만 보여주면서 아이폰에 더 이상 새로움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게 되는 것, 또한 세계 시장의 침체는 아이폰이라 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말았다.



아이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큰 폭의 주가 하락도 겪어야 했을 정도로, 애플 스스로 새로움을 강조한 아이폰6s는 새롭지 않았고, 소비자들 또한 그러한 아이폰6s에 이전만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아이패드는 심지어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전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인데, 그럼에도 애플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프리미엄 시장을 위한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을 뿐이다.

뉴 맥북으로 ‘시대를 가볍게 뛰어넘다’라는 자화자찬식의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시장을 둘러보면 이미 뉴 맥북을 가볍게 넘어서는 울트라북이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이 선보이는 새로움이 전혀 새롭지 않고, 애플이 강조하는 애플의 생태계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성화로 인해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애플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애플의 미래
그렇다면 애플의 미래는 어떠할까? 혁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애플이 이전만큼 판매를 할 수 있을까? 제2의 노키아가 되어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까?

어쩌면, 적어도 향후 2~3년간은 큰 위기 없이 지금의 위치를 지킬지도 모른다. 여전히 10억대가 넘는 애플 기기가 사용 중이고, 새로운 아이폰7 역시 상당한 판매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애플이 보여준 모습과 같은 행보를 앞으로도 보인다면 앞으로의 애플은 다르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전 세계 모든 기업 가운데 최대의 수익을 올린 기업이었지만 도태되는 것 또한 한순간이기 때문.

그럼에도 애플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은 굳건하며, 그들이 소비하는 지출 규모는 하위 80%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구매하는 부자들 가운데는 새로운 맥과 아이패드, 애플워치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애플워치 에디션이 2,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출시되었음에도 중국에서 단 몇 시간만에 모두 매진된 것만 보더라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은 지속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할지 모르며, 아이폰 10주년을 맞이해서 기념비적인 아이폰을 내놓는다는 루머까지 들려오며 또 다른 혁신을 선보이려 할지 모른다.




다시 처음의 아이폰을 생각해보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용 방식과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스마트폰의 등장이었다. 아이패드 역시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디자인으로 등장하며 갖은 비난을 들은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혀 다른 발상은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향후 5년 뒤의 IT 기업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애플이 다시금 10년 전의 아이폰과 같은 혁신을 선보인다면 그 자리는 여전히 애플이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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