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1일 화요일

기승전 빼고 ‘결’ 갤럭시노트7 사태, 납득 안되는 것 5가지


기승전. 결.
모든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아니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가 무시된 채 결이 사라지거나, 혹은 결만 남는다면 이야기는 무너지고 만다. 미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일이 갤럭시노트7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기승전 빼고 ‘결’만 남은 갤럭시노트7은 대중의 우려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고, 기대와는 달리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하면서 다시금 안갯속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생산 중단과 함께 전 세계 판매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2번이나 벌어진 셈이다.



   

한 번은 실수고, 두 번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갤럭시노트7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한 번은 실수로 봐줄지 몰라도 두 번은 힘들다. 물론 세 번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그렇다면 기승전이 사라진 갤럭시노트7은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갤럭시노트7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현재까지 이어진, 그러니까 너무나도 빨리 ‘결’이 등장한 상황을 보면서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을 살펴보려 하는 것이다.



#1. 너무 성급했던 리콜 결정
먼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너무나도 빠른 의사 결정이었다. 물론 당시로서는 그러한 선택이 최선인 것처럼 보였다. 전 세계 곳곳에서 폭발 소식이 들려왔고, 삼성이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일부 배터리 가운데 결함이 발견되어 리콜을 시행하는 것.

그리고 리콜로 인해 당장 판매 중단에 따르는 피해 + 재생산에 따르는 피해 + 이미지 하락까지 고려하자면 삼성의 손실은 엄청난 것처럼 보였고, 이러한 결단을 내리는 삼성이 대인배라는 언론의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당시의 리콜 소식은 기업으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리콜 과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전자기기란 매우 복잡하고, 또한 배터리 하나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폭발의 과정이나 상황이 모두 제각각이고 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은 오직 ‘배터리’만의 문제라고 발표했다.

결국 대중은 갤럭시노트7 기기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너무 얇게 제작된 배터리가 결함을 일으켜서 폭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만 생각했고 언론도 그 점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노트7과 삼성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보존되는 방향성이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배터리만의 문제라던 것과는 달리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교환 제품에서도 폭발이 일어났고, 미국에서 5건, 한국에서 3건, 중국과 대만에서도 각각 1건 등 교환 된 제품 역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2. 리콜 과정상의 문제
계속해서 지목되는 아쉬움 가운데 하나는 리콜 발표 이후에 어떠한 후속 조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리콜을 한다고만 명시했을 뿐, 한 달이나 남은 기간 동안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지 말라거나 사용 자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저 ‘불안하다고 생각’되는 소비자들은 직접 센터를 찾아서 다른 기종으로 임대를 한 다음, 다시 교환을 받으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강제나 의무가 아니다 보니 그러한 불편 대신 한 달간 불안하게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절대다수였다.


   


결국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말았고, 삼성의 기대와는 달리 갤럭시노트7의 폭발 소식은 리콜 발표 이후에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미국에서만 90건 이상,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까지 추가되는 등 이미지 하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다.

삼성이 어떠한 판단으로 리콜만을 발표한 것인지는 몰라도, 소비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러시안 룰렛과도 같은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면서 불안함을 가져야 했고, 결국 각 국가들이 나서면서 국가 차원의 안보 문제로 불거지고 말았다.

비용상의 문제였던 것인지, 갤럭시노트7의 고객 이탈을 막으려던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삼성이 단순 리콜만 발표하고, 불안한 소비자들에 한해서 임대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소비자로서는 이해가 힘든 부분이었다.



#3. 원인 파악에 대한 미흡한 대처
또 다른 문제, 사실 갤럭시노트7의 사태가 지금에까지 이르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원인 파악에 대한 미흡한 대처’에 있다. 삼성이 ‘배터리 문제’라고 발표한 이후 단순히 배터리만을 교체하며 생산에 집중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 사이 또 다른 원인을 찾는데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리콜 발표 이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또한 리콜이 시작된 이후로도 상당 시간이 흘렀음을 감안하자면 삼성이 자체적으로 원인을 찾는데 소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지금 독이 되어서 돌아오고 말았다.



   

미국의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인 CPSC와 연방 항공청인 FAA가 이 사건을 삼성과 함께 뒤늦게서야 조사하고 있지만 전자기기의 특성상, 또한 제각각 일어난 폭발 사태의 특성상 정확한 원인을 바로 찾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꺼도 폭발하는 사태가 나타났으며, 충전 중이거나 사용 중이거나 혹은 그냥 놓아둔 갤럭시노트7도 폭발했다는 점에서 폭발의 원인이 단순한 배터리 불량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문제의 원인이 너무나도 광범위하다는 것.



일부 시각으로는 ‘피로 누적’에 따른 폭발로 보는 견해도 있고 또한 내부 기판의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즉, 밀폐된 공간에서 지속적인 외부의 압력과 힘에 눌리던 내부 부품 가운데 일부가 폭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이야기들은 모두 추정일 뿐, 폭발된 갤럭시노트7은 모두 삼성과 정부 당국에서 조사를 하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사태의 수습은 안갯속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은 가장 중요한 시간을 놓치고 만 것이다.



#4. 외우내환,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 갤럭시노트7 폭발 소식이 들려온 한국에서의 상황과 교환된 제품에서의 폭발을 처음 알려온 국내의 사례 둘 다 언론은 ‘블랙컨슈머’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환된 제품에 대한 입장 표명 역시 ‘외부 충격’이라는 발표만이 존재했다.

결국 국내에서 교환된 제품이 폭발한 상황을 신고한 소비자는 블랙컨슈머로 몰리고 말았고, 일부러 송곳과 같은 도구로 강하게 갤럭시노트7을 내리친 것처럼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다시금 갤럭시노트7은 문제가 없는데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라는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비행기 내에서의 발화 및 다른 국가들에서 이어진 교환 제품에서의 폭발 소식은 다시금 소비자 안전이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성은 생산 중단 및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씁쓸하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국내에서의 사고는 작게 치부하고,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해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밖에서의 문제를 크게 보는 사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삼성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면서, 단일 시장 기준 삼성에게는 매우 큰 국내 시장에서 삼성의 이미지 하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부분이었다.



#5. 국토부는 삼성부?
국토부는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몰라도, 처음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에서도 기내 사용이 안전하다고 발표를 했다가 미국에서 기내 사용 금지 발표가 있기 무섭게 국내에서도 기내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박쥐와도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도 역시 한 발 늦은 대응을 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연이은 교환 제품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한참이나 가만히 있다가 삼성이 생산 중단과 판매 중단을 발표할 즈음 기내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빠르게 사용 중지를 권고했지만 국내에서는 뒤늦은 정책을 내놓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삼성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반응이 느렸고, 한 기업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과 불신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자초하고 말았다. 기업보다도 먼저 나서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국내 이통사들 역시 삼성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도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강행했고, 생산 중단 소식에도 재고가 떨어지면 판매가 중단되지 않겠느냐 하는 이상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머뭇거리는 태도를 나타냈다.

당장 판매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인지, 아니면 삼성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린 것인지는 몰라도 소비자들을 보호하려는 생각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삼성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드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해외 이통사의 과감한 결단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에 이른 갤럭시노트7 사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갤럭시노트7의 재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제 아무리 원인을 찾고 명확하게 원인을 규명한다 하더라도 이미 불신의 씨앗이 크게 자라서 열매까지 맺은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기대를 받았던 폰이 무너지는 것은 불과 2달 남짓한 기간이면 충분했다. 6년을 끌어오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이제 존폐의 위기 앞에 서 있다. 갤럭시노트8이 등장할 수 있을지, 또한 앞으로 노트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기승전을 건너뛰고 결에 다다른 갤럭시노트7은 분명 삼성의 실책이 가장 크다. 너무나 빠르게 원인을 발표하고, 너무나 빠르게 리콜 계획을 내놓으면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오히려 문제의 불씨는 서서히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조금만 더 느긋했더라면, 당장 갤럭시노트7의 재판매와 판매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었더라면, 배터리만의 문제라고 성급히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무엇보다 리콜 기간 동안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현재의 사태까지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쉽다.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기업이자, 역대 가장 많은 휴대폰을 판매한 기업으로서, 또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업으로서, 그리고 여전히 놀라움을 주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삼성은 국내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기업이기 때문이다.

분명 기회는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잠시만 시간을 갖고 정체성에 대해 또한 소비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기술을 위한 기술과 경쟁을 위한 경쟁은 결국 스스로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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