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3일 수요일

알뜰폰, 데이터를 미리 구매한다고? 사전 구매제의 득과 실은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요금제는 천편일률적이었다. 통신 3사를 통해서 출시되는 요금제에 맞춰서 선택해야만 했기 때문에 적어도 2만원대 이상은 선택해야만 최소한의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의 등장과 함께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이제는 제로 요금제까지 등장하며 기본료 0원에 무료 통화 50분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비롯해 다양한 특징을 지닌 요금제들이 시장에 등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알뜰폰의 등장은 분명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들은 이미 통신사가 만들어둔 요금제를 구매해서 판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요금제를 내놓기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데이터 사전 구매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과 달리, 알뜰폰 업체들이 데이터를 미리 구매해서 자유자재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데이터 사전 구매제란?
지금까지와 달리, 데이터를 미리 구매해서 알뜰폰 업체들마다 자신들만의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전까지는 출장 뷔페와 같은 곳에서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받아 왔다면, 이제는 재료만 받아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요리사에 따라서 음식의 맛이나 질이 달라지게 되는데, 알뜰폰에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서 미리 대량의 데이터를 미리 선구매를 한 다음, 후판매를 하도록 한 것이다. 자유도가 상당히 높아지는 것.


하지만 문제는 존재한다. 이러한 데이터 사전 구매제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법이 없기 때문에, 미래부에서 이러한 정책을 수립한다 하더라도 그저 권고사항일 뿐, 통신사업자가 나서주지 않으면 누구도 이러한 정책을 활용할 수가 없다.

물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경우에는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만, 현재로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기존 사업자들을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한 조처인지는 몰라도, 구매 단위가 상당히 크다.


   


그러니까 알뜰폰 업체들의 규모는 작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인데, 트럭이 10대쯤 와서 재료를 풀고 있는 셈이다. 영세한 업체 입장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정책의 혜택을 보는 곳은 몇몇 알뜰폰 업체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론되는 판매 단위가 무려 100테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기본 구매 단위가 매우 큰 만큼, 못해도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는 알뜰폰 업체들에서만 겨우 관심을 가질 정도의 대용량이라는 점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정책,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데이터 사전 구매제는 분명 매력적인 정책인 것은 맞다. 대용량이라 하더라도 단가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현재보다도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서 그로 인해서 가입자들을 더욱 많이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에 알뜰폰 업체들이 들어와서는 마음껏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각종 투자와 유지 비용은 통신 3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는데, 알뜰폰 업체들이 숟가락만 올린다는 것이다.



   

물론, 전지적 기업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신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통신 서비스를 특정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온 국민의 알 권리 침해가 되며 모두에게 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 사업자들을 그저 일반적인 기업으로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경쟁을 통해서 수익을 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온 국민을 담보로 수익을 높이고, 또한 기존의 수익을 보전하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또한 100테라의 판매 단위는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알뜰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넉넉잡아서 한 사람이 1기가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100테라는 10만 명이 필요한 정도의 데이터량이다.

결국 100테라 단위의 구매 방식 자체가 이 정책의 실효성을 낮추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정책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구매 단가를 더욱 낮추고, 대신 대용량 구매 시 더욱 할인을 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도 더욱 촉발될지 모른다.






소비자 혜택은?
만일 데이터 사전 구매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이로 인해 알뜰폰 업체들이 요금 경쟁을 한다면 당장 500메가부터 1기가, 2기가, 4기가, 6기가, 무제한 등으로 나눠져 있는 데이터 구간이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본료 5,000원에 데이터 2기가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고, 기본료 2만 원에 데이터 10기가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 알뜰폰 업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요금을 설계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요금이 저렴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혜택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알뜰폰 업체의 데이터 제공량이 많아지고 혜택이 늘어날 경우, 거대 통신사들의 경우도 자연히 요금 인하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서비스를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는 것.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해진 선택지와, 자신의 통화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통신비 부담은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사전 구매제 자체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꼭 필요해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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