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8일 목요일

9만원의 기적, 자판기에서 뽑는 스마트폰이 던진 3가지 화두


결국 스마트폰을 자판기에서 뽑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패러다임 자체에 변화가 온 것입니다. 겨우 9만원의 가격에 무약정으로 구입이 가능한 다이소 스마트폰 자판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1시간도 안되어서 매진되었습니다.

300대 한정 판매이기는 했지만 열기는 아이폰의 첫 발매일처럼 후끈했습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저마다의 이유들로 저렴한 스마트폰을 구입하려고 오랜 기다림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당장은 추가 물량이나 추가 할인 행사 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 이슈를 끌기는 했지만 물량 부족으로 인해서 누구나 구입할 수는 없는 귀한 폰이 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자판기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사실 그동안의 스마트폰 시장을 고려하자면 이토록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무약정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통신사는 갖은 이유로 약정을 걸었고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1. 스마트폰 스펙의 상향 평준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하이엔드 스마트폰과 중저가 스마트폰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저가는 무언가 부족했고 카메라 화질을 비롯해 각종 성능이 하이엔드 스마트폰과 비교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중저가 스마트폰도 서서히 스펙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와는 반대로 하이엔드 스마트폰은 스펙의 벽에 부딪히면서 중저가와 비슷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동시에 스마트폰의 사용 패턴이 비슷해지며 사용 환경이 거의 같아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스펙은 거의 차이가 없고, 스마트폰으로 하는 작업은 거의 같아지면서 하이엔드와 중저가 스마트폰에서의 차이가 현격히 줄어든 것입니다.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으로도 하이엔드와 비슷한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학습 효과로 인해서 중저가 스마트폰도 충분히 쓸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스마트폰에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다이소의 스마트폰 자판기로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2. 기본료 0원의 효과
올 초부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체국 알뜰폰의 역습은 기존 통신사들마저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기본료 0원에 무료통화를 무려 50분이나 제공하면서 라이트 유저들의 관심을 한몫에 받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기본료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까지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고, 3만원대 음성 / 문자 /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무약정’으로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은 기존 통신 시장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2년 약정, 특정 요금제 의무 사용 등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알뜰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약정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더욱 저렴하고 혜택이 좋은 알뜰폰으로 이동하면 되는 만큼, 부담 없이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아무리 저렴한 스마트폰이라도 특정 요금제와 함께 약정이 걸려 있었지만 이제는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3.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 변화
많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을 과시의 대상이나 자신의 표현 대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스마트폰에서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만큼, 스마트폰에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이 아닌 단지 보조 도구로서만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위해서 매월 상당한 요금을 지불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돈을 지불했다면, 이제는 가볍게 구매하고 가볍게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과거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이제는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재인식되는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다이소 스마트폰 자판기는 홍미3를 99,000원에, 홍미노트3를 129,000원에, 블랙베리 Q10은 169,000원에 레노버 A806은 29,000원에 ‘무약정’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최신형 스마트폰이나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위해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분명히 시장의 흐름이 변화한 것도 사실입니다. 통신사는 자꾸만 감추려고 하지만 이미 시장의 흐름은 분명히 변하고 있습니다.



#4. 자판기에서 스마트폰 뽑아 쓰는 시대
이제는 스마트폰을 자판기에서 뽑아 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판기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10만원대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다소 비싼 느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상이 스마트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는 통신사 대리점을 비롯해서, 많은 스마트폰 시장이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편의점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스마트폰을 신청할 수 있고 택배로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리점을 통해서 상담을 한 이후 스마트폰을 선택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약정 구매를 하던 것에서, 자판기에서 뽑아 쓰는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변화했다는 것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거센 변화가 불어왔다는 것이고 이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IT 강국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시장이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통신사들은 앞다퉈서 4G를 넘어서서 5G로 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반대의 행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기본 데이터가 거의 없거나 겨우 500MB에 불과한 스마트폰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고, 하이엔드 스마트폰 대신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그동안 갑의 횡포를 부린 통신사의 탓이 크겠지만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도 보기 드문 상황인데, 이렇게 잘 갖춰진 통신망을 제대로 활용하고 이것을 통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용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자판기 스마트폰과 저렴한 알뜰폰을 넘어서서 또 다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3대 통신사 역시 큰 변화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이소 자판기의 인기는 기존 통신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보이콧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이상, 맥가이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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