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5일 일요일

[넥서스5X 개봉기] 갖고 싶지는 않은, 그러나 꼭 존재해야만 하는 폰.


올 가을, 유난히도 많은 스마트폰 신제품 속에서도 튀는 폰이 있다면 단연 가격으로 승부하는 넥서스의 등장일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넥서스는 올해에는 다소 무난하지만 ‘실용적인’ 스펙으로 무장한 채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넥서스5X와 넥서스6P 두 종류로 출시된 2015년형 넥서스는 엘지전자와 화웨이에서 제조되었으며 구글의 ‘레퍼런스’ 폰으로서 최신 운영체제 지원과 함께 가장 빠른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격이라는 딱지만 떼놓고 보자면 제품 자체의 디자인이나, 스펙이나, 독창성 등 매우 많은 면에서 넥서스5X는 부족한 폰일지 모릅니다. 매장에서 바로 집어들고는 ‘이거 갖고싶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폰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갖고 싶은 폰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다소 애매한 제품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UHD TV를 사고는 싶은데 대기업은 비싸니까 중소기업 제품 가운데 제법 쓸만한 녀석을 고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넥서스는 딱 그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이런 이유로 넥서스는 ‘꼭 존재해야만 하는’ 폰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의 UHD TV만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UHD의 발전도 없을 것이고 대중화도 힘들 것이며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은 UHD TV를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넥서스라는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하기에 기존의 스마트폰이 나아갈 방향성과 스마트폰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인데요. 뜬금없이 넥서스5X 개봉기에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바로 이 점이 넥서스5X의 최대 매력이자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1.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지다.
넥서스5X가 시장에 꼭 필요한 이유는 너도나도 따라하는 디자인 표절이나 무언가가 연상되는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넥서스5X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넥서스5X만의 색이 있다는 것은 자체적으로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가지고서 그것을 밀고 나아간다는 것인데, 아이폰 시리즈가 그러하듯 넥서스 역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중저가폰이 흔히 범하는 카피캣의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죠. 중저가폰이면서도 뚜렷한 색을 가진 셈입니다.



#2. 레퍼런스 폰을 만나다.
구글이 내놓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모든 제조사들이 저마다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스마트폰을 만들 때, 하나도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떠할까요? 시장은 중구난방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구글이 직접 내놓는 레퍼런스 폰은 분명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소개하는 가장 좋은 기회이자 앞으로 나아갈 안드로이드폰의 미래와 같을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기능도 빠짐없이 챙겨둔, 동시에 하이엔드의 스펙이 아님에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넥서스5X는 아주 조용히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3. 합리적인 가격을 정하다.
스마트폰이라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요? 100만원을 넘나드는 초고가 스마트폰이 맞는 가격인 것일까요? 사실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 언제까지 ‘초고가’로 판매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분명 합리적인 스펙과 합리적인 가격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런점에서 379달러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넥서스5X는 올바른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물론 환율이 올라서 국내 판매가는 비싼 편이긴 하지만)

충분한 퍼포먼스와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을 합리적인 선까지 낮춘 것이죠. 기업도 어느정도의 수익을 보면서도 놀라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4.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너도나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업이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넥서스5X는 ‘기본’에만 충실했습니다. 물론 전혀 매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거짓 포장을 하지 않은 것이죠.

솔직 담백하게 어떠어떠한 스펙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결과물이 이러합니다. 올해의 넥서스입니다. 라고 소개를 하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필요하다면 넥서스를 구입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는 소비 행태 대신, 그저 오래되고 낡은 것을 교체하는 기기로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구글이 넥서스폰을 제대로 판매하고자 했다면 그 어떠한 독창성이나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기기로 넥서스 신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5. 원래의 목적을 고려하다.
스마트폰의 원래 목적은 무엇일까요? 전화일까요? 아니면 웹서핑? 동영상 감상?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폰’이 가지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 모두들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개인용이자 휴대용 컴퓨터와 같고, 원하는 작업을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수행해주는 기기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원래의 목적을 고려할 때, 기본에 충실한 넥서스5X는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원래의 목적만을 생각한 폰이라는 점에서 분명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6. 스마트폰의 미래를 그리다.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은 어느새인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마치 새로운 옷을 구입할 때 잠깐의 기쁨이나 행복, 그것을 입을 때의 만족감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운 옷을 찾고 또 다른 옷을 입고 낡은 옷을 버릴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소모하는 것이죠.

스마트폰 역시 언젠가는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낡으면 버리고 새로움을 찾고 또 어느새 익숙해지면서 말이죠.

그렇게 스마트폰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격 경쟁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현재 가장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폰이 다름아닌 넥서스이기도 하고 말이죠.


실제로 만나본 넥서스5X는 매우 심플한 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박스에서는 X를 형상화한 사진과 제품의 디자인이 새겨져 있는데요. 매우 간결한 모습이었습니다 ▼

박스를 열어보면 만나게 되는 다양한 부속품과 제품, 심플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개봉기는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USB-C 타입의 커넥터를 비롯해서 넥서스5X만이 새로움을 선사했는데요. 그 흔한 이어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단촐한 구성입니다 ▼

제품을 꺼내어 보게 되면 전체적으로 깔끔한 블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포장을 뜯지 않았음에도 그 깔끔함이 묻어났습니다. 충전기를 비롯해 USB-C 타입 케이블과 설명서가 있을 뿐입니다 ▼

제품을 꺼내어서 직접 살펴본 결과 넥서스5X는 정말 딱 기본에만 충실했습니다. 재질에서 차별화를 준 것도 아니고, 특장점이 있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다른 폰에 있는 기본기가 넥서스5X에 부족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

넥서스5X의 전면과 후면 디자인, 심플한 블랙(카본) 색상은 넥서스라는 로고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거대한 로고가 제법 잘 어울렸습니다. 튀려 하지 않고, 모난 곳 하나 없는 넥서스5X는 의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다른 폰들 사이에서도 넥서스만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모습인데요. 이제는 색이 확실해진 삼성전자나, 여전히 홀로 외길을 걷고 있는 애플, 새로운 시도를 한 V10 모두 각각의 색을 내고 있습니다. 과연 이 스마트폰이 가격의 차이만큼이나 사용자 경험에서의 차이를 가져다 줄까요?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 누군가는 4K 영상을, 누군가는 더 큰 화면을, 누군가는 외장 메모리를, 누군가는 최적화된 iOS를 꼽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러한 다양한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로 그 '심플함'이자 '기본'을 넥서스5X가 가진 것이죠 ▼

다양한 폰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넥서스5X, 유달리 심플했던 오늘의 넥서스5X 개봉기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습니다. 개봉기이지만 개봉기보다는 제품 자체의 의미를 되돌아본 시간이었습니다 ▼

#7. 갖고 싶지 않은, 꼭 존재해야만 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넥서스5X는 갖고 싶은 폰이 아닙니다. 끌리는 폰도 아니고 지금 당장 사용하던 폰을 팔아버리고 구매하고 싶은 폰도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이유들로 말이죠.

우리는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전세계의 관심을 받아야 할 정도의 물건인지 다시금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저 일상일 뿐인데, 이제는 더이상 새로운 옷이 나왔다고 해서, 새로운 볼펜이나 샤프나 노트가 나왔다고 해서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데 말이죠.

스마트폰이 꼭 갖고 싶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한 권의 노트를 구입하듯,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은 가방을 구입하듯, 기호에 맞게 필요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가져다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허상을 벗어버린다면, 혁신을 바라고 새로움을 바라는 마음만 버린다면, 넥서스5X와 같이 제법 쓸만한 녀석이 어느새인가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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