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5일 금요일

[연재] ① 아이폰부터 맥북까지, 애플은 SW기업인가 HW기업인가?


[연재] ‘애플 이야기'의 첫 단추는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사실 하나의 기업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내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애플은 전통적으로 SW와 HW를 분리해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을 모아놓고는 '우리가 내놓을 새로운 기기를 위한 운영체제’라면서 새로운 SW를 먼저 공개하는 것이죠.


   

그리고는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HW를 내놓습니다. 이는 여느 기업들이 취하는 방식과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모두들 기밀 유지를 이유로 동시에 함께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태생적인 차이도 존재할 것입니다. 다른 제조사들에게 있어서 자체 SW라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구글이나 MS, 혹은 이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런점에서 애플은 독보적입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단일 스마트폰으로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폰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폰을 판매하는 회사가 애플입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비율이 상향곡선을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다양한 안드로이드폰 대신 아이폰을 택하는 아이러니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의 시작은 많이 알려진대로 '애플 컴퓨터'라는 처음의 이름에서처럼 '컴퓨터' 제조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제외한 '애플'이라고만 부르고 있습니다. 애플 스스로 컴퓨터라는 테두리를 벗어버리고 다양한 IT 제품군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애플이 '애플 컴퓨터'라는 명칭을 벗어버린 시기가 첫 아이폰과 애플TV를 공개하던 2007년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SW기업일까요? 아니면 HW기업일까요?


삼성이나 엘지, 샤오미나 화웨이는 어떤 기업일까요? 당연히 HW기업일 것입니다. HW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고 그것을 통해서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구글이나 MS의 경우는 역시 SW기업일 것입니다. 물론 SW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의 핵심은 언제나 SW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다릅니다. 애플의 운영체제는 모두 애플이 만든 것입니다. 애플의 하드웨어 역시 애플 스스로가 디자인합니다. 단지 생산만 외주에 맡길 뿐이죠.

한마디로 애플은 자신들이 만든 운영체제를 자신들이 만든 하드웨어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흔히 플랫폼으로도 불리는 하나의 생태계로 돌아가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바로 이 생태계 속에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선택했을 때는 얻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애플이 만들기에 가능한 경험 말이죠.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왔을 때, 전세계의 모든 iOS 기기 사용자들은 하드웨어만 지원한다면 어느 제품, 어느 언어라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설치가 가능합니다.





또한 애플은 크게 보자면 단 두개의 운영체제밖에 없습니다. iOS와 OS X인 것이죠. 그래서 이 중에서 하나를 내놓기만 해도 전세계적인 파급력은 막강합니다.

아이폰부터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iOS 기기가 한 번에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미 갖춰진 생태계는 단숨에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집니다.

바로 여기에 애플의 SW 선 공개라는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올해 등장할 새로운 하드웨어에 들어갈 SW를 선보이는 것이죠. 거기다 높은 보급률로 인해 개발자들은 새로운 운영체제에 자신들의 앱을 최적화합니다.

이 시간이 제법 길게 주어지며 그동안 운영체제 자체도 버그와 문제들을 수정합니다. 생태계를 완성시켜나가는 것이죠. 그리고는 HW를 공개할 때 새로운 SW도 함께 배포합니다.



모든 것은 갖춰져 있습니다. SW는 이미 운영체제에서나 앱에서나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고 HW는 그것을 위한 최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죠.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기와 새로운 운영체제가 최적화될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OS X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집니다. 그리고 iOS와 OS X과의 융합 역시 점점 더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기의 벽을 넘어서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갖게 됩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애플
지난 2분기, 4월부터 6월까지 이르는 기간동안 애플의 아이폰은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한계를 벗어나 최대의 이익을 내게 됩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92%를 가져간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백개에서 수천개가 넘는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애플이 가져간 수익만 92%가 된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범접할 수 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폰의 매출만으로도 수많은 기업들의 전체 매출을 압도하는 애플은 표면적으로 볼 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과 같은 기기를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 HW회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HW는 단순히 애플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주는 통로일 뿐입니다. 마치 닌텐도의 기기가 아무리 많이 판매되더라도 닌텐도의 정체성은 기기 자체가 아닌 하나하나의 게임인것처럼 말이죠.

애플의 정체성은 SW에 있고, 이것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자체 디자인된 HW가 있으며 이 둘을 완벽하게 이어주는 생태계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점에서 애플의 HW판매 증대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애플의 생태계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를 드러내 줄 것입니다. 이제 이어지는 포스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에 매혹되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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