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페이스ID 내세운 아이폰X에도 지문인식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


미래와 만나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한 아이폰X 사용자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우려와 설렘이 공존하는 첫만남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내 다른 사용자들처럼 터치ID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편리한 페이스ID에 적응하고는 이전처럼 그저 아이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직접 사용해본 페이스ID는 그 자체로 편리했는데, 우선 잠금해제라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페이스ID의 구동 시간이 빠르기도 했고, 정확하게 정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페이스ID의 장점들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처음 등록 과정이 생각보다 매우 쉽고 빠르고 간단하다.

2) 꼭 정면을 볼 필요는 없다, 그저 눈동자가 아이폰의 화면 근처를 보기만 하면 된다.

3) 음식을 먹다가도 말을 하다가도, 웃다가도 잠금 해제는 언제든 가능하다.

4) 3D 맵핑으로 얼굴의 형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셀카 촬영시 얼굴이 들어오는 영역과 범위 이내라면 얼마든지 인식이 가능하다.



5) 완전한 암흑 속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며, 안경을 끼거나 화장을 하거나 마스크를 써도 문제 없이 인식이 된다.

6) 서서히 바뀌는 얼굴도 인식하며, 얼굴에 무언가가 묻어도 문제가 없다.

7) 사실상 폰을 들어서 위로 스와이프를 하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해서 잠금을 해제한다는 느낌 자체가 없다.

위와 같은 장점들로 인해서 때로는 터치ID 보다도 더 편리했는데, 얼굴은 지문과 비교해서 더 넓은 면적을 대상으로 생체인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부분에 먼지가 묻거나 입을 움직이거나, 미소를 지어서 근육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문제 없이 구동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ID는 아쉬움 또한 가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누워서 옆으로 폰을 든 상태로는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2) 이불 속에서 이불의 상당 부분이 얼굴을 가릴 경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할 필요가 있다.


3) 한 번 인식이 안되면 수차례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

4) 5번 이상 시도하거나, 처음 인식에 실패할 경우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나타난다.

5) 처음 인식 실패시에는 취소를 누르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6) 페이스ID라는 하나의 생체인식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

 
7) 터치ID 대비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8) 테이블 위에 놓여있거나, 폰을 눕혀둔 상태에서는 페이스ID를 활용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아쉬움들이 가져다 주는 문제 이외에도, 미성년자이거나 얼굴이 사람이 보기에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닮았거나, 혹은 일란성 쌍둥이일 경우라면 애플은 공식적으로 페이스ID 대신 ‘비밀번호’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문제를 살펴보자. 아이폰X은 ‘미래와의 조우’라면서 비밀번호에서 터치ID로 진화했던 과거의 기술을 뒤로한 채, 페이스ID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 비용을 제법 비싸게 책정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혹은 조건상 페이스ID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 경우에는 다시금 터치ID를 건너뛰어서 비밀번호로 돌아가게 만들어졌다.

즉, 세대를 건너뛰어서 다시금 보안성이 매우 약화된 방법을 선택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결국 일란성 쌍둥이이거나, 얼굴이 닮은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경우라면 다른 대안도 없이 미래와의 조우라 부르는 아이폰X에서도 비밀번호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귀찮은 일일 뿐 아니라 보안에 있어서도 치명적이다. 물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법 가운데는 숫자 이외에도 쿼티 키패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안성이 강화된다는 뜻은 아니다.

옆에서 몇 번만 슬쩍 보게 되어도 비밀번호쯤은 손쉽게 알아낼 수 있고 이것은 아이폰에 있어서는 매우 큰 권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점이 될 수밖에 없고, 이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태생적으로 불편하고 귀찮은 과정이 된다.




만일 애플이 미래와의 조우라면서 페이스ID를 내세울 것이었다면 진짜 미래의 기술을 가져올 필요가 있었고, 그 기술이 가진 태생적인 ‘미성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터치ID를 남겨두는 편이 더 합리적이었을지 모른다.

그 언젠가 페이스ID의 성능이나 인식률이 더 개선되어서 지금의 문제들을 가볍게 넘어선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2017년에 만나는 아이폰X의 페이스ID는 분명 불편함을 가지고 있고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미리 맛보기 위한 불편함이라고만 하기에는 아이폰X의 가격은 너무 크고 묵직하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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