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5일 일요일

트럼프의 ‘땡큐 삼성’이 다행이면서도 개운치 않은 이유


우선은 다행인 일이다. 트럼프가 적대적으로 표현한 나라와 기업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기 때문.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의 이러한 트윗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진심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으며,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들을 내걸었었다.



그리고는 취임 이후, 놀라울 정도로 그 공약들을 하나하나 이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최근의 정치인들 가운데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한 그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공포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제조 강국이었다. 여전히 70% 이상을 내수 시장이 지탱하고 있을 정도로 굳건한 제조 강국인 미국은 최근 10년 사이에 더욱 극심해진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공장 이전, 중국과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공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생산 기지 이전으로 인해 무려 4,000만 명이 넘는 빈곤층이 발생할 정도로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정부를 향하고 있다.


이미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미국 전체 GDP의 100%를 넘어설 정도로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빈곤층과 중산층 역시 미국의 재건을 외치는 트럼프의 공약이 달콤하게 들렸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미국 중심의 세상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좋은 소식만은 아니었다.


삼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트럼프, 속내는?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굳이 삼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고맙다’는 말을 남긴 것일까? 물론, 고맙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획이나 무엇에 대해 고맙다는 ‘목적어’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미국 언론과 국내 언론의 반응은 일관적으로 삼성의 미국 공장 설립을 향하고 있었다.

왜일까?

트럼프의 이런 언급이 있기 이전, 하나의 루머가 나돌았는데, 다름아닌 삼성이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보여온 입장과 일치한 이러한 루머에 대해 미리 쐐기를 박듯, 트럼프는 단호하면서도 강건한 문체로 삼성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한 삼성의 입장은 미국 내에서의 가전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동시에 삼성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그동안 170억 달러 이상 투자를 해왔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현재 멕시코에는 TV를 비롯한 냉장고와 세탁기 등의 가전 생산 공장을, 브라질에는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 제품들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북미 지역의 매출이 전세계 매출의 1/3을 넘어설 정도로 삼성에게 있어서 북미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거점 판매처와도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소비는 미국 소비자들이 하고 있는데, 생산과 판매는 모두 해외 기업과 해외 공장에서 하고 있으니 재정 적자가 커지고 무역 적자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에게 전하는 고맙다는 인사가 새로운 공장 설립과 다양한 투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T 기업들의 눈치 싸움, 새우등 터질까?
현재 다양한 IT 기업들은 미국의 반이민법으로 인해서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며, 여기에 더해서 해외 공장 설비를 미국으로 돌려 놓으라는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삼성을 비롯한 수많은 해외 기업들 역시 미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는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지난달 17일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3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미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로 3조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서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남겨서 아직은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엘지의 경우는 보다 먼저 미국 내에 가전 공장을 짓기 위해 채산성 검토 및 부지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광범위한 지역적인 특색과 접근성, 인건비 등을 고려해서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한 시간 벌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엘지전자의 조성진 부회장은 CES 2017을 통해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관전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적어도 올해 산반기 중으로는 미국 내의 공장 건설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미 트럼프의 압박에 의해

GM을 비롯한 도요타, 소프트뱅크 등에서 85조가 넘는 투자 관련 약속을 했을 정도로 트럼프의 정책, 아니 전략은 IT 기업과 수많은 해외 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중심의 생산 설비 증대는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과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문제 산재한 미국 이전, 해법은 없나?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은 설립에 따르는 비용에 더해, 더욱 비싼 인건비, 또한 접근성 및 운임비 등으로 인해서 당장의 손실이 더욱 큰 선택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1/10에도 미치지 않는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나, 다양한 혜택을 내세우는 멕시코, 브라질 등의 좋은 선택지를 두고서 미국을 선택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의 탈퇴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사이에서의 자유 무역 협정인 북미 자유 무역 협정(NAFTA)의 재협상까지 고려하자면, 현재 브라질과 멕시코에 위치한 생산 설비에서 생산한 다양한 제품들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현재의 최적화된 판매 방식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설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최선의 선택은 아닌 상황이다.



당장 미국이 환율 조작국에 대한 압박과 수많은 덤핑, 반덤핑 관세를 물리겠다며 중국과 다른 국가, 기업들에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 공장 이전이라는 독이 든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앞서 투자를 발표했던 현대/기아차의 경우도 이미 미국의 앨라배마 및 조지아에 공장을 운영중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미국 내 투자 유치는 일반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미국 내 생산 및 해외 수출까지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국내 기업들의 미국 공장 설립은 자연히 국내 공장의 축소와 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자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욱 산발해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 눈치보기에 들어간 한국 정부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폭탄 선언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 정부의 선택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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