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7일 목요일

삼성은 갤S7 가격 인하, 엘지는 G5 SE 출시 ‘왜?’


유례없이 찾아온 봄의 스마트폰 대전은 특이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전통적으로 고가폰을 내세우던 애플은 때아닌 저가형 아이폰으로 시장을 흔들어 놓았고, 삼성과 엘지는 스마트폰 2.0으로 불리는 변화를 시도 중이다.

갤럭시S7은 캡리스 방식의 방수 기능과 카메라 성능을 통해 차별화를 선보였으며, G5는 비슷한 폰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 이로 인해 오랜만에 스마트폰 시장에 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인기도 상당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판매 전략이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면서 아쉬움을 사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7 출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공기계 가격을 인하했고, 엘지는 G5의 변종 제품을 G5 SE로 지으며 의문을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삼성과 엘지의 난해한 행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거나, 베끼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왜 따라 해서 비난을 사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다.



갤럭시S7, 때아닌 가격 인하
삼성은 갤럭시S7을 출시하며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한 듯 보였다. 지난 3월 11일에 출시된 갤럭시S7 32GB 모델의 가격이 836,000원이었기 때문. 외장 메모리를 지원해서 굳이 64GB 모델을 찾지 않아도 되면서 이 가격은 공식 가격이 되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7~10만원 정도 더 비싼 언락폰, 즉 공기계 가격은 92만원에 판매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가격을 삼성은 돌연 878,000원으로 내린 것이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42,000원이 인하된 것.

작다면 작겠지만, 중요한 것은 4만원이라는 금액이 아니다. 어쨌든 초기 소비자들은 그만큼의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서 삼성의 스마트폰 가격 정책에 대한 의문과 비난의 시선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 되었다.

기존의 갤럭시S7 출고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러한 공기계 가격만 인하하는 것은 분명 공기계를 많이 찾는 수요를 잡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시장 조사가 너무 늦었고 대응 방식 또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었다는 시선이 나오는 것이다.



출고가와 다른 언락폰 가격
그렇다면 왜 스마트폰은 출고가격과 언락폰, 공기계의 가격이 다른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해지는 출고가는 통신사를 통한 스마트폰 판매 가격이라 보면 된다.

통신사 약정을 통해 판매를 하게 되는 폰의 공식 기준이 되는 판매 가격인 셈인데, 통신사는 제조사로부터 공급받는 공급 가격과 실제 출고 가격의 차액으로 스마트폰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반면에 언락폰의 가격은 제조사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폰의 가격을 일컫는다. 그래서 판매처 역시 삼성의 경우는 디지털 플라자에서, 엘지는 베스트샵에서, 애플은 애플 스토어에서 언락폰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출고가 대비 조금 더 높게 설정이 되어 있는데, 수요 자체가 한정적이고 추가 수익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출고가 대비 10만원 전후의 가격 인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가격 내린 삼성이 얻는 것과 잃는 것
삼성은 출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플래그십 제품의 언락폰 가격을 이례적으로 인하했다. 작다면 작은 4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애초에 출고가 대비 언락폰의 차액이 84,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정확히 절반을 인하한 셈이다.

결국, 공기계를 찾는 수요의 증가와 함께 이러한 고객들을 더 붙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실제 삼성전자 관계자도 갤럭시S7 시리즈 구매 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하는 오직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의 32GB 모델에서만 이루어졌다. 64GB 모델은 여전히 106만 5,000원으로 (엣지 기준) 고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갤럭시S7이 외장 메모리가 지원된다는 점에서 64GB 모델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삼성은 32GB 모델의 언락폰 가격 인하로 인해 더욱 많은 공기계 판매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신사 의존적인 현재의 관행 역시 갤럭시S7 이후로 통신사 로고 제거와 함께 탈 통신사로서의 방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판매량과 수익이라는 이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 소비자들은 공기계 가격을 모두 지불하고 구입할 정도로 삼성에 대한 애정이 있는 소비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삼성의 가격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기기의 특성상 수명이 상당히 짧고
구매 이후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는 제품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출시 초기 구매 이후 한 달 만에 판매하더라도 중고 가격은 1~20만원이나 내려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값을 다 주고서라도 출시 초기에 100만원에 달하는 삼성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 대비 삼성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가 두터운 소비군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바로 이들의 마음을 잃는 선택을 했다.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었음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고, 기업이 그것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들어야 할 말은 ‘호갱’이라는 딱지일지도 모르겠다.



엘지의 G5 SE 네이밍 전략
그렇다면 엘지전자는 어떠할까? 엘지는 G5를 내놓으며 전 세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것 자체로 새로운 폰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인데, 곧이어 변종 제품의 출시를 알려왔다.

이름도 G5 SE로서 무언가가 떠오르는 이러한 네이밍 전략은 분명 아이폰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애플이 먼저 했다고 애플만의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애플도 화면을 키우고 화소를 높이는 등 변화를 시도했으니까.

그러나, 엘지가 G5라는 독창적인 폰에 아이폰SE라는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남는다. G5 홀로 가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SE에 기대어 가는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

엘지가 G5 SE를 통해 얻는 것은 더 높은 인지도와 SE를 통한 아이폰과 비슷한 저가격 모델일 것이라는 시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잃는 것은 정작 더 중요한 G5 자체에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G5를 두고서 누구도 아이폰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자동차로 치자면 세단과 SUV를 1:1로 비교하지 않듯, G5는 완전히 다른 제품에 속했기 때문. 하지만 이제 G5 SE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삼성과 엘지의 마케팅 전략
분명한 사실은, 애플식 마케팅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은 1년에 한 차례 신제품을 출시해서 가격 변동 없이 1년간 판매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지난해 제품의 가격을 같은 기준으로 인하하고 신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애플도 시장의 흐름에 따라 1년에 2차례로 신제품 출시를 나눴고, 가격대 역시 애플로서는 충격적일 정도의 저가 제품을 내놓았다. 결국, 애플 스스로도 자신들이 세운 기준을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삼성과 엘지의 마케팅 전략 또한 좋은 방향성을 가진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삼성이나 엘지 모두 변종 제품을 뒤늦게 내놓기로 유명하고, 마켓을 통해 해외에서만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든 호갱이 될 수도 있고, 판매 가격도 천차만별이 되면서 중고 가격 방어가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적어도 지금까지의 애플은 자신들만의 철저한 기준으로 가격을 유지해왔다.



어느 애플 소비자도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며 1년 이내에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거나 새로운 변종 모델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는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삼성이 갤럭시S7 언락폰의 가격을 인하하려 했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크다고 생각되었다면 기존 소비자들도 챙기는 것이 옳았다. 그들은 삼성에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이고, 앞으로도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할 경제력이 되기 때문이다.

엘지 역시 어떤 이유로든, 아이폰SE가 공개되기도 전에 정해진 네이밍이었든 아니든, G5만의 색을 유지하고 아이폰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을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삼성은 적어도 플래그십 제품에 대해서 만큼은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엘지는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더하도록 마케팅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소비자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할 것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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