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7일 수요일

조너선 아이브, 애플 사상 유례없는 '2인자' 등극의 진짜 의미


애플에게 있어서 디자인은 어떠한 의미인지를 다시금 생각나게 해준 일이 최근에 일어났습니다. 다름아닌,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부사장이 최고디자인책임자로 승진한 것입니다.

애플은 그를 위해 CDO라는 새로운 직책까지 만들어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CEO와는 달리 CDO는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불리는데요. 사실상 애플 내에서의 2인자까지 오른 셈입니다.


   

무려 5,000개가 넘는 디자인 특허를 가진 그에게 있어서 애플은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애플을 전두지휘한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그는 애플의 디자인을 전두지휘하며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입사 년도는 무려 1992년으로서 20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애플과 함께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애플 디자인이 그의 디자인이 되었고, 그의 디자인의 애플의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혼연일체라고 할까요, 원래는 하드웨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각각의 디자이너가 있었고 고유의 영역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2012년부터 그에게 일임되었습니다.

즉, 2012년 이후로 나온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그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하드웨어 부품 하나, 소프트웨어 버튼 하나가 없는 것이죠.


1967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는 은세공을 가르치는 교수였습니다. 그런 아버지 아래서 그는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디자인에 있어서 남다른 재능을 보여왔던 그는 많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들어가게 됩니다.

애플에 입사한 이후 그는 디자인에 있어서 남다른 행보를 보이게 되는데, 때마침 1997년에 다시금 애플의 CEO로 복귀한 잡스의 생각도 그와 같았습니다.

잡스는 '애플을 디자인 중심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선언했고, 이후 애플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컬러풀한 아이맥을 비롯해 독창적인 기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브는 다채로운 색상보다는 심플하고, 제품 고유의 기능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원했습니다. 그러한 그의 생각은 흰색 아이팟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미 신뢰를 받고 있던 그였기에 잡스는 그를 믿어주었고, 이후 잡스는 첫 오리지날 아이팟의 색감과 디자인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애플의 제품 가운데는 원색, 즉 흰색으로 된 제품이 많은데 이것은 아이브의 디자인적 철학과 잡스의 결정이 한 몫을 한 것일 것입니다.

이로인해 애플은 디자인에 있어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서히 애플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브에 대한 애정은 잡스의 전기나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사실상 애플의 제품 가운데 아이브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아이브가 CDO라는 새로운 직책까지 만들며 애플에서 2인자로 올라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인이 인포그래픽을 올렸다가 바로 스카웃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처럼, 애플은 디자인에 있어서는 아낌없는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하나, 아이콘 디자인 하나, 버튼 하나, 스피커 구멍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고민하고 다시 돌아보는 애플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디자인임을 믿는 것입니다.

아이브는 디자인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다름아닌 '디자인이 사라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째 같은 디자인을 가진 맥 시리즈나, 여전히 첫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는 아이팟 아이폰 시리즈가 그러하듯,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애플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자인이 한 걸음 물러나서 사용자에게 그 가치를 느낄 기회를 제공할 때, 사용자는 그것의 진짜 가치를 인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보이는 것 만이 아닌, 촉감과 보이는 것, 궁극적으로 '애플'이라는 기업을 떠올릴 때 함께 생각나는 '그것'까지도 철저하게 고려하는 애플.

바로 이것이 사용자들이 다시금 애플에 끌리게 만드는, 그래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진짜 힘이 아닌지 이번 CDO 임명으로 인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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