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써보니] 아이폰7 플러스 인물 사진, 차라리 카메라에 가깝다.


갖고 싶다. 아이폰7 플러스
사실 아이폰7 플러스가 갖고 싶다는 것보다는 인물 사진 모드가 있는 새 아이폰을 갖고 싶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며칠 전 아이폰6s를 쓰고 있는 친구가 내 아이폰7 플러스를 집어들고 이리저리 만져보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그냥 내년에 10주년 아이폰이 나오면 사야겠다.’

생김새만 보면 입 없애고 눈 하나 더 달고 나왔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내가 들고 간 아이폰7 플러스가 로즈골드가 아니라 블랙이었다면 첫인상이 조금은 달랐을까, 어쨌든 내 아이폰은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사진을 찍어보더니 마음이 흔들렸는데,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바로 아이폰7 플러스만 지니고 있는 인물 사진 모드 때문에. 원래 하나 밖에 없는 색깔 송편이 제일 맛있어 보이는 법이니까.

개인적으로도 아이폰7 플러스의 크기가 부담스러움에도 굳이 플러스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다. 듀얼렌즈, 그리고 인물 사진. 사실 배터리 용량도 한 몫하긴 했지만, 임팩트를 위해 오늘은 카메라만 생각하려하니 넘어가주기를.



DSLR 부럽지 않은 아이폰7 플러스
가끔 바람을 쐬러갈 일이 있으면 일단 카메라부터 챙긴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데 이왕 남기는 거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리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도 가져다주니 일석이조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메라 없이 폰 하나 달랑 들고 갔는데, 일단 가벼워서 좋았다. 하지만 더 마음에 든 건 아이폰 안에 담겨진 사진의 결과물이었다. 와이드 컬러 디스플레이 때문인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아이폰 인물 사진 모드로 찍은 사진이 더 예뻐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심도 효과로 찍을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는 DSLR 못지 않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가져다 주었다. 일반 사진과 인물 사진을 비교해보면 이 심도 효과의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장인도 인물모드를 몰래 켜두고 찍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 같다. 거기다 다양한 필터와 라이브포토라는 스마트폰만의 찍는 재미도 품고 있으니, 아이폰 7플러스가 더 기특할 수 밖에.



인물 사진은 듀얼렌즈 덕분?
그러면 흔히 아웃포커싱이라 불리는 이 배경흐림 효과를 스마트폰의 작은 렌즈로 어떻게 구현했을까? 일단 아이폰7에는 없고 플러스 모델에만 있는 것으로 봐서 듀얼렌즈 덕분인 것 같은데,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이폰7 플러스의 피사계 심도 효과는 초점을 중심으로 영상의 거리감을 9단계로 분석해서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고, 그 위에 가우시안 필터, 쉽게 표현하면 블러 처리된 필터를 입혀 구현된다. 듀얼렌즈의 역할은 시차를 이용해 영상의 거리감을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


   


그리고 요즘 사진 속 대상이 꽃인지 돌인지 인물인지 잘 구별하는데, 머신 러닝으로 학습한 이 정보들도 피사체를 인식하고 배경과 분리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인물은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정확하게 사람이라고 인식해낸다. 이 촬영모드의 이름이 인물 사진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결과적으로 아이폰7 플러스는 렌즈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배경흐림 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OIS와 전자식 손떨림 보정의 관계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또 흡족한 미소를 짓게 된다.



폰카의 한계를 느끼다.
아이폰7 플러스의 인물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 이 제품을 갖고 싶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폰카메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단 두배 줌 고정이라서 물체를 정해진 거리 내에 두는 것부터 힘들었는데, 나뭇가지에 있는 낙엽은 너무 높았고, 손 위에 먹거리는 화면을 보면서 찍기엔 너무 가까웠다. 겨우겨우 찍어도 거리를 맞추는데 시간을 꽤 잡아먹게 된다.



원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하고싶은 대로 되지는 않았다. 아직 감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폰이 원하는 거리를 내가 맞춰 주지 못하는 기분이다. 나는 멀리서 나무 전체를 찍고 싶은데 아이폰이 꽃잎 하나만 찍으라고 하니 내가 맞춰줄 수밖에.


   

그리고 경계 판별의 문제로 경우에 따라 흐려진 배경과의 경계선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찍을 일이 많은 IT제품들은 하나같이 끝이 모호하게 나와서 실망스러웠다. 특히 빛이 충분하지 않아 콘트라스트가 부족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

✎ 이제, 인물 사진과 일반 사진을 직접 비교해보고 평가해보자.







인물 사진의 아쉬움과 기대
인물 사진은 찍는 재미를 더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면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제 막을 연 듀얼렌즈라는 분야로 보자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반면, 아이폰7 플러스만의 차별화, 그리고 1년간의 기간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다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만큼 기대도 된다. 인물 사진은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그리고 인공지능 머신 러닝과 연계한 기술인 만큼 개선할 수 있는 여지와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 



또 정식버전에서는 이 기술을 더 다듬어서 거리의 단계를 더 세분화해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배경흐름 효과를 선보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배경흐림과 보케까지 구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꿈에 부푼 소리일지 모르지만, 컴퓨터도 한 손 안에 담아낸 것 처럼, 몇 년 후엔 무거운 DSLR 대신 스마트폰만 하나 들고 다녀도 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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