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일 월요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운동을 망치는 ‘스마트기기’의 이면


스마트, 인간의 모든 것을 기록하다.
지금만큼 인류가 인간의 모든 것을 기록하던 시절이 있었을까? 그러니까 전문 운동선수들이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경우를 제외한 일반 사람들의 경우에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당장 스마트폰의 ‘건강’ 관련 앱을 실행해보자, 사용자가 처음에 동의를 한 경우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 계단은 오르내리는지 심지어 심장 박동수와 같은 추가적인 정보들까지도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스스로 선택한 스마트밴드는 또 어떠할까?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는 사람의 활동을 보다 밀착해서 기록해준다. 더욱 정확하게 운동한 기록을 남겨주고 그것을 토대로 사용자의 환경을 분석해서 최적의 운동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카메라 앱을 실행하면 사용자가 즐겨 방문한 곳을 중심으로 사진이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누구와 더 자주 사진을 촬영했는지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로봇처럼 인간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다.
물론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들이 모두 사람을 향한 기술이며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견 맞는 부분도 많다. 자신이 하루에 필요한 운동량을 채우고 있는지, 부족한 운동은 없는지, 맥박은 정상적으로 뛰는지를 쉽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은 사람에 따라서 운동을 더 많이 하도록 자극을 하기도 하고, 또한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건강의 측면에서도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평소에 맥박을 측정하고 심박수를 확인하면서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이를 토대로 의사의 진단 이전에 건강을 체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 이러한 모든 것을 기록하기로 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기록들이 운동 자체의 즐거움 대신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게 만들거나 포기하는 경우, 혹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 했던 선택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역설이 되고 말았다.



목표 달성? 과제 수행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는 것과 누군가가 여행을 떠나서 꼭 5장 이상의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차이를 가져다 줄까? 처음의 경우는 그저 그림을 즐기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후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서 부담을 느끼게 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보다는 빨리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과 못 그리는 사람의 차이도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운동 역시 그렇다. 누군가는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체력도 있으며, 시간까지 있는 경우라면 하루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운동과는 거리가 있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 권장량만큼 달성하려면 그것은 부담이 되고 만다.

결과적으로 처음에는 동기 부여, 목표 달성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한 활동이 어느새인가 과제 수행으로 바뀌어 있고 그것을 달성하더라도 처음만큼의 기쁨은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는 언제든 과거의 나를 넘어서기만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밴드를 매일 착용하는 사용자의 79%는 매일의 운동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했고, 30%는 죄책감이 든다는 이야기도 했다. 결국 스마트 기기가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닌 족쇄가 된 것이다.



나에게 맞는 목표 제시가 먼저
그렇다면 스마트 기기를 통한 기록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정답일까? 그렇지 않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닌, 이것을 자신에게 맞춰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평균치에 근거한 추천을 받는 것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세운 목표를 넘어서도록 해보는 것이다. 어차피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산을 완주하고 수영을 1시간 넘게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 패턴을 1~2주가량 지켜본 다음, 현실적인 목표를 스스로 세워서 그 목표를 넘어서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시 앞의 예를 들어보자.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던 학생에게는 어딘가로 여행을 가서 그림 ‘한 장’을 그리라는 것도 힘든 일일 수 있다.

굳이 다섯 장과 비교를 하자면 한 장이 더 좋은 선택처럼 보일 뿐,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넘어서도록 좋은 보조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주는 3층까지 걸어 올라가 보고, 다음 주는 5층까지 올라가 보는 것.



한 달 뒤에는 7층 까지를 목표로 하고, 그러한 목표를 넘어선 다음에는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 다음 또 다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일률적인, 평균적인 목표가 아닌 스스로의 목표를 넘어서도록 조금씩 조금씩 도전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운동 자체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스마트 기기가 시키는 그대로만 하는 것은 진짜 사이보그와 같을지 몰라도, 스마트 기기를 스스로 통제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한다면, 스마트 기기는 분명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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