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1일 토요일

[Why] 엘지부터 모토로라까지, 왜 ‘모듈 폰’에 집중할까?


오랜만에 1세대 스마트폰인 갤럭시S의 스펙을 살펴보자. 초기부터 삼성은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통해 차별화를 선보였는데, 1GHz의 CPU를 통해 당시로서는 고사양을 지원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렸었다.

또한 512MB의 램과 4인치 480X800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지금으로서는 한참이나 부족한 전면 30만 화소, 후면 500만 화소 카메라 및 1500mAh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엑시노스 4210을 탑재한 갤럭시 S2에서는 비로소 1기가 램이 탑재되었고, 4.27인치로 더욱 커진 화면과 전면 200만 및 후면 800만으로 카메라에도 점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참이나 건너뛴 갤럭시S7 엣지는 엑시노스 8890에 4기가 램, 5.5인치 2560X1440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및 방수 기능과 외장 메모리 등으로 차별화가 되었었다.

동시대의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나 문제는 스마트폰의 성장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즉, 과잉 스펙이라고 할 정도로 이미 스펙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



흥미를 잃은 신형 스마트폰
그럼에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새로운 신제품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도 램을 높이고 있으며 용량을 높이고 배터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디자인에서도 변화를 선보이는 등 소소한 부면에서의 변화를 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사용자 경험’에서의 차이는 어떠할까? 갤럭시S에서 갤럭시S2로의 이동은 상당히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갤럭시S6에서 갤럭시S7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G4에서 G5로 오더라도 그러하고, 아이폰6에서 아이폰6s로 오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신제품이라서 새롭기는 한데 디자인적인 차이나 소소한 스펙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등장했던 5,000만 화소 카메라를 품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수십m까지 방수가 되는 폰, 배터리가 훨씬 오래가는 폰들은 대중보다는 소수의 마니아 혹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선택을 받는 비운의 폰이 되고 말았다.

즉, 소비자들은 이미 충분히 만족할 만큼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해 이전만큼 흥미와 놀라움을 느끼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흡수에서 분리로, 정책 변경?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모든 IT 기기의 기술을 흡수해서 하나에 모두 담는 신기한 재주를 품은 디바이스라고 볼 수 있다. 카메라 성능은 이미 똑딱이 카메라를 집어삼킬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고, PMP를 비롯해 전자사전도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MP3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으며, CD 플레이어를 비롯해 기압계나 나침반 등 다양한 기기들 역시 스마트폰 하나가 모두 집어삼킨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영역을 앱으로까지 확장하자면 스마트폰은 은행을 비롯해 수많은 서비스까지도 흡수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은행을 찾지 않고, 손안에서 뱅킹을 해결하고 있으며 바다를 건너 해외 직구까지도 스마트폰 하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클릭 하나면 어떠한 음식이나 제품이라도 집으로 배달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모두 흡수하던 스마트폰이 다시 분리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니다. 과거에 몇몇 업체들이 시도했던 모듈 방식을 엘지가 다듬어서 효과적으로 내놓았고, 이번에는 레노버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모듈 폰 등장의 이유
그렇다면 왜 모듈 폰은 2016년부터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디스플레이 스펙부터 카메라 화질, 디자인과 램, 저장 용량, 배터리 스펙 등등 다른 기업과 차별화가 되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대다수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QHD 디스플레이 및 4기가 램과 최신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로 통일이 된 상태다. 즉, 소소한 차이를 제외하자면 사용자 경험에서의 차이는 거의 전무한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더욱 극적으로 성장하기에 그 크기에서나 스펙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최대 두께 10mm를 넘지 않는 최근의 스마트폰 디자인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서는 대용량 배터리도, 추가 기능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듈 폰으로 시선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마치 노트북이 컴퓨터 본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떼어내고 휴대성에 집중하면서 외부 입출력 단자를 통해 CD롬이나 프린터, 외부 모니터 등을 연결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역시 기본적인 스펙은 다른 제조사들과 대동소이하지만, 차별화가 되는 기술을 모듈을 통해 선보이면서 새로움을 전달하는 것이다. 엘지는 G5를 통해서 하이파이 플러스와 캠플러스를 내놓으며 다름을 드러냈다.

레노버는 모토Z 시리즈를 통해 JBL의 스피커 및 빔 프로젝터와 대용량 배터리팩 등을 선보이며 후면에 있는 핀으로 새로운 부가 기능을 사용자가 원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즉, 스마트폰은 기본기에 충실한 가운데 부가 기능들을 모듈을 통해서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두꺼워지거나, 다른 추가 기능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도록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모듈 폰의 한계와 미래
그러나 현재까지 등장한 모듈 폰은 그 방향성은 충분히 좋았지만, 실용성 측면에서는 ‘글쎄’라는 이야기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다 되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

실제 G5와 모듈이 공개된 이후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그것을 직접 구입하고, 교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만 보더라도 그 점을 잘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킬러 모듈이 등장하지 않았고, 모듈을 장착할 경우 디자인이 많이 투박해지거나 휴대성이 떨어지는 등의 아쉬움이 있는 만큼, 모듈 자체에 대한 기술 발전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듈 폰의 등장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다. 소비자로서 더욱 많은 선택지가 생겨났기 때문. 정말 갖고 싶고, 또 유용한 모듈이 있다면 그것을 모아서 자신만의 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와 비슷한 맥락으로, 조립식 폰이나 모듈 폰은 모두 사용자의 의도대로 폰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스마트폰의 발전 방향은 어느 하나로 규정되기보다는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접고, 말고, 붙이고 ‘스마트폰 2.0’
2017년을 기점으로 각 제조사에서는 플렉서블 스마트폰 혹은 폴더블 스마트폰 등등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도전적인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소 정체되었다고 볼 수 있는 바(Bar) 형태 내에서 소소한 디자인적 차이만 보여줬던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식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더욱 넓은 화면을 제공하고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레노버에서는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를 접목한 첫 번째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증강 현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구글 또한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아라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루머에 의하면 삼성 역시 갤럭시X로 불리는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지 모르며, 엘지는 G5에서 선보였던 모듈 방식을 더욱 발전시키고 다듬어서 G6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내부적인 스펙 향상에만 집중하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로 마진과 마이너스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형태 자체를 바꾸는 실험적인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2017년은 태블릿에게는 사망 선고와도 같은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이 되는 기기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스마트폰이 다른 많은 기기들을 흡수하며 성장했듯, 이제는 더욱 큰 태블릿과 노트북 시장까지도 넘보게 될 것인지, 2017년의 새로운 스마트폰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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