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일 금요일

한심한 ‘유심’ 정책, 통신사가 말하지 않는 비밀


내 돈 주고 구입한 유심을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구나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마다 부담해야 하는 유심의 가격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통신사는 새롭게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면, 당연하다는 듯 새로운 유심을 구매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새로운 유심을 구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심은 간단히 말해서 개인용 신분증과 같은 카드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신분증의 유효기간이 매우 짧고, 매번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신분증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통신사는 개인 정보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유심 장사를 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유심의 규격도 자꾸만 변하는 현실 속에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유심이란?
유심은 간단히 말해서 작은 IC 카드에 개인 정보를 저장해서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스마트폰에 꽂아서 개인에 맞춰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

유심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는데, 1990년대 초에 등장할 당시에는 그저 개인 정보 식별 정도에만 그쳤지만, 이후에는 교통카드 기능을 비롯해 주소록을 저장하거나 다양한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유심은 일반적으로 손톱 크기 정도를 지닌 미니 유심을 비롯해 마이크로 유심과 나노 유심까지 등장한 상황인데, 최근에는 마이크로 유심과 나노 유심이 많이 통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심은 심락을 통해서 교체를 막아두거나 컨트리락을 통해서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막는 기능, 특정 통신사만 가능하거나 주파수를 가리는 등 다소 불편한 사용성을 지닌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6개월 지나면 폐기?
그런데, KT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사용한 지 6개월이 지난 유심에 대해서 재사용을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을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 구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을 여러 번 교체한 소비자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유심이 2~3개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추가 지출을 해야만 하는 것. 결국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엘지U+에서는 금융거래를 하지 않은 유심에 대해서만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SK는 본인 확인만 가능하면 언제라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즉, 유심의 정보와, 다시 사용하려는 사용자의 정보가 일치한다면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 이러한 방식이 더 올바른 방향성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인 정보 보호를 외치는 KT 스스로가, 개인 정보 유출이 되었던 회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소비자에게 부담을 씌우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상한 유심 가격
여기에 더해서 유심의 가격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우를 보자면 중국은 20위안으로, 3500원 정도의 가격에 유심을 구입할 수 있고, 필리핀의 경우는 천 원에 구입이 가능하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유심을 구입하기만 해도 기본 제공 문자가 있을 정도로 통신 서비스를 부수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은 일률적으로 8,800원에서 11,000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금액 역시 통신사가 정한 것으로 대리점은 자체적으로 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할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고,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씌우는 상황이다.

애초에 원가 자체가 1천 원을 넘기기 힘든 유심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현재의 정책부터가 문제인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개인 정보 보호만을 외치며 소비자들의 불편과 부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의 꼼수
또한 벌써 수백만 명이 가입한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의 경우는 유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기 변경도 못하도록 막아둔 상태다. 원한다면 A라는 폰에서 유심을 빼서 B에 꽂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

이유는 역시나 2중으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들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고 유심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유심을 마음대로 이동하지 못하고, 매번 대리점을 찾아가서 기기변경을 신청해야만 하며, 이 또한 기기에 따라 상당한 제약이 많다는 것은 결국 유심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2중 혜택을 막고 20% 할인만 제공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통신사만 혜택을 보고 소비자들은 불편함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심한 유심 정책, 통신 토피아
통신 업계의 갈라파고스가 된 한국은 그저 통신사만을 위한 정책이 존재할 뿐이다. 통신사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그 어느 것이라도 피하려만 하고, 소비자들의 불편이 야기되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당연시하고 있다.

유심의 크기가 자꾸만 달라지며 비용이 추가되는 현실, 말도 안 되는 유심 가격으로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현실, 사용한 지 6개월 만에 폐기처분해야 하는 현실, 유심 기변도 원천적으로 막아둔 현실이 ‘상식’이 된 것.

한심한 유심 정책은 달라질 생각이 없는 듯하고, 어처구니없는 통신 토피아는 고착화가 되어가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무한 경쟁에 더해 전파사용료 명분으로 고사 위기에 봉착해 있고, 통신사들만 뒤에서 미소를 짓는 상황이다.

유심의 본래 의미를 한 번만 더 생각해본다면 있을 수 없는 정책들이 당연해진 현실 속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통신사나 방통위의 직무유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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