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1일 토요일

저가폰의 ‘덫’ 걸린 삼성과 엘지, 소비자와 다른 ‘동상이몽’의 함정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레드오션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시장을 갉아먹고, 가격은 하향 평준화가 되는 것입니다. 스펙은 이미 하이엔드와 같아진지 오래이고 디자인 역시 거의 같아졌습니다.

제조사들이 저마다의 차별점을 내세우던 초창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차이점이 뚜렷했습니다. 카메라에서 특출한 기능을 보이거나, 배터리가 오래 가거나, 화면이 더 크거나, 확실히 더 빠른 차이 말이죠.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도 어느새 5년이 넘어가고 있고, 시장은 본격적으로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제조사들이 주장하던 차별점은 이미 모든 제조사들이 가진 공통점이 되어 버렸고 소비자들은 더이상 스마트폰에 흥미를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몇 인기몰이를 하는 제품을 제외하자면, 시장에 나왔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사라지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라면 단연 스마트폰의 성장이 하이엔드와 로우엔드 시장을 뒤섞어버린 것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당연히 어느정도 버벅거리는 것과 느린 것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저가폰에서도 하이엔드급의 성능을 기대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저가폰입니다.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수행하면서도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 부담이 없는 제품을 선보여서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것인데, 문제는 여기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저가폰이란 하이엔드급의 고스펙을 가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저가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루나폰과 같이 하이엔드와 거의 같으면서도 가격은 절반도 안되는 제품들 말이죠.

그러나 기업이 생각하는 저가폰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자사의 프리미엄폰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재질부터 그 속에 들어가는 스펙 하나하나가 한 단계에서 많게는 서너 단계는 떨어지는 제품을 저가폰이라며 선보인 것이죠.

   


이러한 소비자와 다른 기업의 잘못된 판단은 자연스레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세에 부채질을 했고, 결국 기업의 잘못된 판단이 중국 기업의 성장을 도와준 꼴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소비자들도 실제 사용해보니 중국산 스마트폰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중국산 저가폰이나 국내 제조사들의 프리미엄폰이나 기능상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명백해진 사실이 되었고, 급기야 소비자들은 해외 구매를 해서라도 저렴한 폰을 구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폰을 내놓은 삼성전자, 올해에는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29종의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국내 기업들도 부랴부랴 합리적인 저가폰을 내놓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스펙은 제법 높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폰을 내놓는 것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산 폰과 1:1 가격 경쟁력은 약하지만 분명 예전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폰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저가폰 시장은 분명한 함정이 존재합니다. 바로 평균 판매 단가의 추락이라는, 기업으로서는 꼭 피해야 할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현재 프리미엄과 중저가폰을 고루 판매하는 삼성전자조차도 평균 판매 단가는 170달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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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가폰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면 100달러도 고수하기 힘든 레드오션에 직접 뛰어드는 상황이 되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될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더구나 고스펙 저가폰은 자사의 하이엔드 스마트폰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 즉 자사의 제품이 자사의 다른 제품의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발생하며 스스로 판매량과 수익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사의 저가폰이 자사의 고가폰의 매출과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이죠.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았던 삼성전자 애니콜 시리즈 ▼

카메라를 내세우거나, 다른 폰에는 없는 특화 기능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

엘지전자 역시 초콜릿폰으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자신만의 색을 드러낸 것입니다 ▼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며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삼성와 엘지 ▼

더구나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 가치를 모호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많이 판매하더라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나날이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하이엔드와 동일한 사후 지원과 업그레이드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 역시 비용 상승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한 두번 업그레이드에 그치는 폰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은 4년이 지난 제품까지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고, 중국의 샤오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 제조사들은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보다도 못한 사용자 평가를 받을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국내 제조사들이 뒤늦게 고스펙 저가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도박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제조사들이 보여줘야 할 제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소비자들이 찾기 전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따라하기 힘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차를 타던 시절에 새로운 탈 것을 상상하라고 했다면 그저 더 빠른 마차나, 바퀴의 재질이 개선된 마차를 생각할 뿐 엔진이 달린 자동차를 상상하지는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잡스가 했던 이 이야기처럼, 소비자들은 결국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그것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한때 삼성전자는 울트라 시리즈로 타 회사에서 넘보기 힘든 얇은 두께의 폰을 내놓았고, 트럭이 밟고 지나가도 살아남는 튼튼함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타 회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특별할 것이 없는 스마트폰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엘지전자 역시 하나의 아이콘처럼 초콜릿 시리즈를 내놓았고, 세계적인 이슈 몰이를 하는 제품들을 내놓았지만 허겁지겁 스마트폰 시장에 맞춰 제품을 내놓다보니 별다른 아이덴티티 없이 엘지라는 브랜드마처 깎아먹는 상황이 놓이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저가폰으로 단순히 판매량만을 늘릴 것이 아니라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진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빠르게 만들어서 하나라도 더 판매하려는 전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국 기업에 따라 잡힐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다른 모든 제품보다 뛰어난 매력이 있는지, 이만한 가격을 주고라도 구매할 마음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생각하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이 아무리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더라도 그것을 구입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입니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며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이렇게 비싼 아이폰을 계속해서 구매하게 만드는지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폰이 그저 다른 폰과 같은 가치만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폰을 찾을 것이지만, 결국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를 마냥 기다리거나 다른 기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까지 방관할 것이 아니라 먼저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한다면 분명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가폰의 달콤한 유혹은 남아 있는 브랜드 이미지마저 깎아 먹는 독이 든 사과라는 것을 기억하고, 정말 1년 뒤, 2년 뒤에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소비자들의 손에 어떠한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을 것인지를 고민한 제품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상, 맥가이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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